세계최대 산호 군락지 기름오염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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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로 벗어난 中선박 좌초
濠 “엄청난 대가 각오하라”
양국 갈등에 기름부은 격

세계 최대 산호 군락지인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 중국 선박이 좌초해 기름이 유출되는 대형 해양환경 오염사고가 발생하면서 양국이 또다시 외교 분쟁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AP통신은 “중국 선넝(神能)1호가 3일(현지 시간) 호주 그레이트케펠 섬에서 동쪽으로 약 71km 떨어진 지점에서 산호초에 좌초해 배 밑바닥에 구멍이 뚫리는 사고를 당했다”고 4일 보도했다. 선넝1호는 약 230m 길이의 석탄운반선으로 이날 퀸즐랜드 주 글래드스톤항을 떠나 중국으로 가고 있었다.

미 ABC뉴스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청정해역인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는 약 3km에 이르는 검은 기름띠가 형성됐다. 호주 해양안전청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오염분해물질을 뿌리고 있지만 좌초한 배에 벙커오일(1075t)과 7만2000t의 석탄이 실려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대의 해양 산호초 피해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호주당국은 이번 사고를 일으킨 중국 측에 엄중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애나 블라이 퀸즐랜드 주 총리는 “세계자연유산인 그레이트배리어리프를 망친 선박회사 및 중국은 엄청난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의 해양안전청 역시 선넝1호가 △지정된 항로를 벗어나 진입제한지역에 들어갔고 △선박 규모에 비해 과도한 양의 기름을 탑재한 점 등을 들어 불법 운항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당국 및 선박회사 측은 아직 별다른 의견은 내놓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고로 최근 냉랭해진 양국 외교관계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상하이(上海)법원은 지난달 호주광산업체 리오틴토의 대표 임직원들에게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최대 1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호주 정부가 중국 국영기업의 리오틴토 지분 인수를 거부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분석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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