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닝가 10번지에 '두려움의 문화’ 만연한 건 확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3일 1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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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직원 멱살을 잡았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아도, 다우닝 가 10번지(총리 공관)에 '두려움의 문화(the culture of fear)'가 만연한 건 확실하다."
최근 브라운 총리가 부하직원들에게 막말과 폭행을 일삼는다는 논란이 거센 가운데, 영국 더타임스는 총리실 직원들이 강압적이고 경직된 분위기에 짓눌려 숨 막혀 하는 게 사실이라고 23일 전했다. 더타임스는 최근 총리실에서 대외비로 진행한 내부 설문조사 문건을 입수해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1270명이 근무하는 총리 공관 직원 가운데 1/3 이상이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브라운 총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도 총리실 내부에 부하직원에 대한 괴롭힘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 가운데 7%가 "총리 공관에서 학대나 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 정부 내 강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zero-tolerence·사소한 위반도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원칙)'을 천명해온 브라운 총리 입장에선 낯 뜨거운 수치다. 총리실 대변인은 "공무원 전체 평균에 비하면 매우 낮은 것"이라 해명했다.

이러다보니 직원들 중 6%는 "가능한 빨리(as soon as possible)" 관두고 싶어 했다. 응답자의 과반수는 설문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낄 정도라고 답해 총리실 분위기가 억압적임을 간접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 핵심부처인 총리실 근무를 개인적 긍지로 받아들이던 전통에 비춰볼 때 충격적인 결과다.

논란의 중심에 선 브라운 총리는 더타임즈 인터뷰에서 "(강압행위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이라며 "그와 관련한 어떤 조사나 문책도 없었다는 점이 이런 소문이 거짓임을 확실하게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로드 만델슨 사업부 장관 역시 "총리가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걸 참고 견딜만한 인내심을 가진 직원은 10번지에 한 명도 없다"고 두둔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영국 정치평론가인 앤드류 런슬리 씨는 21일 출간한 책 '파티의 끝(The end of the party)'에서 "브라운 총리는 직원들의 멱살을 잡거나 욕을 퍼붓는 등 자주 부하들을 학대해왔다"고 주장한데서 비롯됐다.
※앤드류 런슬리=Andrew Rawnsley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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