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만났다. 달라이 라마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도 면담을 가졌다. 중국은 19일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를 즉각 외교부로 소환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면담을 강행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한편 “향후 미중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중국의 티베트인들은 사원에서 달라이 라마를 지지하는 뜻으로 중요하고 좋은 일이 있을 때 하는 ‘불꽃 피우기’ 의식을 행하는 등 달라이 라마의 오바마 대통령 면담을 지지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 미국, 최대한 ‘조심조심’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맵룸에서 달라이 라마와 한 시간 넘게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고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기브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의 중도적 접근법과 비폭력,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대화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티베트가 독특한 종교적, 문화적, 언어적인 독자성(identity)을 보존해 가고 있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중국과 티베트가 서로의 차이점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대화를 재개했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 후 국무부로 이동해 클린턴 국무장관과 면담했으며 이 면담 역시 비공개로 진행됐다.
달라이 라마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대단히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면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인류 가치의 증진과 종교적 화합, 전 세계 여성을 위해 지도자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 티베트인의 관심사에 관해 얘기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대해 매우 협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백악관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회동장소를 대통령 집무실이 아니라 주거공간의 일부인 맵룸에서 비공개로 진행했고 백악관이 자체 촬영한 사진 한 장만을 언론에 배포했다.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은 이 같은 백악관의 조치에 대해 “관례를 벗어난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 중국, “미중관계 손상은 미국 책임”
중국은 면담 직후인 19일 새벽 외교부 홈페이지에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마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이 수차례 엄중 항의의 뜻을 나타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끝내 면담을 진행했다”며 “이는 국제관계의 기본원칙과 양국 간 3대 공동성명의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 대변인은 “미국은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분이며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거듭 인정했으면서도 이 같은 약속을 어겼다”며 “강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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