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일 수 없는 정신’… 인터넷 검열 조롱한 3D 애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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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누리꾼들 공동제작 큰 인기

“황소를 닮은 푸른 갑옷의 전사가 ‘하모니(조화·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뜻함)’를 물리친다”

중국 누리꾼들이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조롱하며 만든 3D 애니메이션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화제의 영화는 누리꾼들이 집단적으로 공동 제작한 64분짜리 ‘인터넷 중독의 전쟁(War of Internet Addiction)’. 미국 블리자드 사가 제작해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온라인 롤플레잉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의 게임 캐릭터들을 이용해 만들었다.

WSJ는 이 영화가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에서도 인터넷 공간을 통해 거침없이 퍼져나가는 ‘길들일 수 없는 정신’을 그렸다고 전했다. 줄거리는 중국 정부의 워크래프트 중국판 규제에 대한 게이머들의 좌절에 무게를 뒀지만 그 바탕에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대한 강한 비판과 신랄한 풍자의식이 깔렸다는 것.

영화의 절정은 황소를 닮은 푸른 갑옷의 영웅 ‘칸니메이’가 ‘그린댐’을 휘둘러 게이머들을 말살하려는 ‘하모니’ 측 악당들과 벌이는 전쟁이다. 그린댐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컴퓨터들에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던 인터넷 검열용 소프트웨어이고 ‘하모니’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시위를 진압할 때 내세우는 ‘조화로운 사회’라는 표현을 빗댄 것이다. WSJ는 중국 누리꾼들에게 ‘검열’로 이해되는 ‘하모니’에 대해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조롱거리”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사이 만든 이 영화는 인터넷 검열뿐 아니라 오염된 식품과 폭등하는 집값, 심각한 계급갈등에 대한 농담, 불의에 대한 좌절과 무기력감도 함께 다뤘다. WSJ는 이미 수백만 명이 이 영화를 봤지만 중국 정부는 부작용을 우려해선지 11일까지도 검열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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