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금리인상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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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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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할인율 → 지급준비금 → 금리 順출구전략 실행’ 시사
FRB, 하원 청문회 증언자료 공개… 실행 시기는 미정

“적절한 시점에 출구전략을 이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 시장은 금리인상에 대비하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복안을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의 출구전략이 ‘재할인율 인상→초과 지급준비금 이자율 인상→연방기금금리 인상→보유채권 매각’ 등의 순으로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확한 실행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중앙은행인 FRB는 10일(현지 시간) 버냉키 의장이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제출한 청문회 증언자료를 공개했다. 버냉키 의장은 당초 이날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FRB의 출구전략 개요를 설명할 예정이었지만 미 동부지역의 폭설로 청문회가 연기되면서 증언자료만 공개됐다.

버냉키 의장은 다른 출구전략 수단에 앞서 FRB가 은행에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금리인 ‘재할인율’을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은행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해 자금이 부족해지면 중앙은행에 담보를 맡기고 돈을 빌리게 되는데 이때 적용되는 금리가 재할인율이다. 재할인율을 올리면 은행들이 자금을 마련할 때 비용이 올라가게 되므로 은행이 이 자금을 기업이나 개인에게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도 올리게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시중 금리가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FRB가 시장의 모든 자금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금리 인상 대신 재할인율을 인상하려는 것은 정책금리 인상이 미국경제에 주는 충격을 줄이고 시장에 시간을 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의 격차(스프레드)는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1%포인트 수준이었는데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어려움에 빠지자 FRB는 스프레드를 0.25%포인트까지 낮췄다. 버냉키 의장은 이 스프레드를 ‘머지않아(before long)’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단계로는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조치로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율 인상과 역환매조건부채권매매(역레포) 등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은 FRB에 지급준비금을 예치해야 하는데 의무적인 예치 규모를 초과해서 맡기면 이자를 지급한다. FRB는 금융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2008년 10월 의회의 승인을 받아 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의 수단으로 은행의 지준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는 조치를 취했다. 현재 0.25%로 운용되고 있는 지급준비금 이자를 올리면 은행들이 보유 자금을 빨아들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역레포는 FRB가 나중에 되사주는 조건으로 은행들에 채권을 매각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는 조치다.

버냉키 의장은 FRB가 금융위기 와중에 시중에서 사들인 1조25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증권(MBS) 등 보유 채권을 매각하는 조치는 정책금리를 인상한 뒤 가장 마지막에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FRB가 MBS를 매각하기 시작하면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고 주택시장이 다시 경색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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