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라늄 고농축 강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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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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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협상 폐기 전격 선언
핵무기 개발로 연결가능
서방과 정면충돌 예고

이란이 핵폭탄 개발로 연결될 수 있는 우라늄의 고농축작업을 9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나서 서방세계와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7일 이란 국영TV를 통해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농축우라늄의 농도를 현재 3.5%에서 20%로 전환하는 고농축작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토록 이란 원자력기구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를 공식 통보했다. 20% 고농축우라늄은 단기간에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90%의 우라늄으로 농축할 수 있어 이란 핵 개발의 중대한 분수령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동안 이란은 41년 전 미국이 건설해준 의료용 원자로를 가동하기 위해 20% 고농축우라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과 IAEA는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3.5%의 저농축우라늄 1500kg의 대부분을 해외로 반출하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없는 의료용 원자로 연료봉으로 교환해주겠다는 협상을 벌여왔다. 그런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7일 돌연 자체 우라늄 고농축을 선언하면서 서방과의 핵 협상 폐기를 선언한 것. 그는 “우리는 서방에 2, 3개월의 시간을 충분히 줬지만 그들은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려 했다”며 서방을 비난했다.

이란은 고성능 무기 개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마드 바히디 이란 국방장관은 8일 군사용 무인비행기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고 이란 공군은 러시아의 S-300 시스템보다 강력한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자체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레이더망을 피해갈 수 있는 전투기 비행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이란 파르스통신이 전했다.

이러한 이란의 초강경 대응에 대해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란에 대해 네 번째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안보리의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안은 중국의 반대에 부닥쳤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의 핵협상 파기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서방의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가 힘들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이스라엘核엔 침묵… 왜 이란核만 문제삼나”
■ 바흐티아리 주한 이란대사 인터뷰
“이란, IAEA-NPT 규칙 준수
‘핵무기 개발’ 주장은 근거없어
서방편견이 신뢰형성 가로막아”

“중동 지역에서 핵탄두를 200개 넘게 보유한 ‘그런 국가’에 대해서는 위험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으면서, 평화적인 핵(원자력)개발 초기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협조해온 우리는 위험하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무함마드 레자 바흐티아리 주한 이란대사(59·사진)는 ‘그런 국가’는 이스라엘을 말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11일로 이란의 이슬람혁명이 일어난 지 31년이 된다. 이슬람혁명 31주년을 맞아 4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이란대사관저에서 바흐티아리 대사는 “이란은 어떤 종류의 핵무기 및 핵무기 기술도 거부한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오로지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서구의 주장을 ‘근거 없는 주장(baseless allegation)’이라고 일축했다. 핵무기 개발까지 이른 북한의 핵개발 과정을 이란이 따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단호히 “아니다”라고 했다.

“IAEA는 우리 핵 프로그램 관련 시설에 연인원 2만4000명을 파견하고 현장 모니터 요원까지 배치해 살펴봤다. 그러나 이런 시설이 핵무기 개발로 전환(diversion)된 어떤 흔적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란은 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정회원으로서 모든 규칙을 지키고 의무를 다했다.”

바흐티아리 대사는 “반면 IAEA는커녕 NPT에도 가입하지 않은 ‘그런 국가’가 중동뿐만 아니라 세계 안보에 위협이 되는데도 서방국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미, 친서구와는 거리가 먼 이란이 중동지역 강국으로 떠오르면 이 지역에서 자국의 이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을 우려한 서방국가들이 ‘이라노포비아(Iranophobia·반(反)이란 정서)’ 확산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바레인을 비롯한 4개국에 이란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다며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한 것도 그 예라는 것.

바흐티아리 대사는 ‘신뢰 형성(confidence building)’의 상호성을 강조하면서 “서구는 이란에 신뢰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그들은 신뢰할 만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취임 초 이란에 포용(engagement)을 이야기했지만 적대적 정책은 계속됐다”며 “말은 좋았지만 현실은 1cm도 긍정적인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이란 대통령 선거 부정시비 논란에 대해 “이란은 혁명 이후 대선을 비롯한 31번의 각종 선거를 잡음 없이 치러냈다”며 “부정선거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야당의 반발에 대해 “선거 패배의 감정을 거리에 쏟아내는 것은 자연스럽다”면서도 “반정부, 반혁명적인 야당 일부가 대중을 도발해 상황을 폭동에 가깝게 몰고 간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슬람혁명은 “팔레비 정권이 서방국가의 지시와 간섭을 받는 정부였다는 것을 깨달은 국민이 독립과 권리를 되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강조한 것도 ‘독립국가’ 이란의 ‘권리’였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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