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돼지들’ 세계 금융시장 흔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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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포르투갈 등 재정적자로 국가부도 위기
코스피 49P↓-환율 19원↑… 각국 증시 폭락

유럽 남부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와 북쪽 섬나라 아일랜드의 재정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국가부도 우려가 이들 다섯 나라는 물론이고 유럽의 다른 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커지면서 4일 유럽과 미국 증시를 거쳐 5일 아시아 증시를 강타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달러화와 엔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연중 최고치로 급등(원화가치는 급락)했고 각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부도 위험도 상승했다.

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05%(49.30포인트) 폭락한 1,567.12, 코스닥지수는 3.65%(18.86포인트) 떨어진 497.37로 마감됐다. 코스피는 두바이월드가 채무상환을 유예한다고 선언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30일(1,555.60)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1169.9원으로 전날보다 19.0원 급등했다. 이날 상승 폭은 지난해 11월 27일(20.2원) 이후 가장 컸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89%),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87%), 홍콩 H지수(―4.08%), 대만 자취안지수(―4.30%) 등 아시아 증시도 유럽발(發) 악재의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앞서 4일에는 영국 FTSE100지수(―2.17%), 독일 DAX지수(―2.45%), 프랑스 CAC40지수(―2.75%)가 2%대의 급락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지난해 11월 6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때 10,000 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2.61% 하락한 10,002.18로 마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발 대형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긴장감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며 “미국까지 금융규제를 강화하면서 사실상 유동성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과 원자재 가격의 조정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나라가 잘못되면 유럽과 아시아, 한국으로 (영향이) 미친다”며 “국제협력과 공조가 얼마나 잘되느냐, 이것이 국내 문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PIGS·PIIGS::

PIGS는 대규모 재정적자와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 유럽 남부의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 2008년 영국과 미국 언론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재정적자가 심한 아일랜드까지 포함해 ‘PIIGS’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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