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빵과 물이 아이티에 시급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장이나 사람이 살 집이 더 필요합니다.”
한국 의료봉사단이 아이티로 가려면 반드시 거치는 곳이 아이티와 국경을 마주한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공항이다. 아이티 공항은 미국이 관리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용할 수 없다. 22일 오후 11시(현지 시간) 산토도밍고 공항에서 1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월드그레이스 미션선교센터에서 백세현 센터장(65·사진)을 만났다. 백 센터장은 한국 의료봉사단을 맞아주는 첫 현지 교민인 셈이다.
백 센터장은 목숨을 걸고 아이티에 물품을 전달하려다 현지인 강도에게 붙잡혀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소리 없이 도와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당시 상황을 거듭 묻자 백 센터장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선교사 네 명이 트럭을 타고 약품 60상자를 아이티 시테솔레유 병원에 건네주고 산토도밍고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현지인 강도 2명이 권총을 들고 차에 올라탔어요. 크게 빼앗길 것은 없었고, 지갑에 있던 150달러를 줬어요. 경찰서에 가까워지자 강도들이 달아났습니다. 다행히 소중한 기록이 담긴 카메라와 지갑은 빼앗기지 않았죠.”
백 센터장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1972년부터 38년 동안 선교활동을 했다. 이곳으로 온 것은 1년 반 전이다. 선교센터를 운영하며 현지인을 돕고 있는데, 지금은 선교센터가 한국인 구호팀이 아이티로 들어가기 전 여장을 정비하는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매일 10∼20명의 구호 인력이 찾아온다. 백 센터장은 “한국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만 꼬박 하루 이상 걸리는 걸로 알고 있다”며 “아이티로 들어가면 더 고생할 텐데 교민이 이거라도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백 센터장은 하루에도 몇 차례 공항과 센터를 오가며 구호팀을 실어 나르고 있다. 백 센터장은 앞으로도 구호 활동을 하려는 한국인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곳은 낮에는 무덥지만 밤에는 시원한 날씨이므로 올 때는 반드시 긴 옷을 준비하세요. 모기가 많기 때문에 모기약은 필수입니다. 각국에서 사람이 몰려들다 보니 생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호텔 숙박비도 70달러에서 100달러로 뛰었어요.”
아이티에 들어가기 전 한인 선교사 협의회(809-532-6760, www.worldgracemission.org)에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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