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검찰과의 전면전 선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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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도쿄지검 특수부와 끝까지 싸워달라”

민주당 최고 실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이 정치자금 문제로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와 날카로운 대립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끝까지 싸워 달라”며 오자와 간사장에게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오자와 간사장과 특수부의 충돌이 하토야마 정권 차원의 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1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토야마 총리는 16일 열린 민주당 대회에서 “민주당 대표로서 오자와 간사장을 믿고 있다”며 “물러서지 말고 스스로의 결백을 설명하고 직무 수행에도 전력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가 항간에 떠돌던 오자와 간사장 사퇴설을 일축하고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당 대회 직후 기자들에게 “특수부와의 대결을 선언한 오자와 간사장에게 ‘끝까지 싸워 달라’고 요청했다”며 둘 사이의 대화를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오자와 간사장도 특수부가 15일 자신의 비서 출신 의원 등 측근 3명을 체포하고 자신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이날 당 대회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대로 그냥 지나가버리면 일본의 민주주의는 정말로 암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문제가 되고 있는 4억 엔(약 48억 원)의 출처에 대해 “저축해놓은 개인자금이고 특수부에 은행 이름까지 모두 알려줬다”며 “불법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의 투 톱이 특수부와의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함에 따라 수사 결과가 가져올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관계자의 증언으로 불거진 오자와 간사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의 정치인생은 물론이고 그를 지지한 하토야마 총리와 민주당 정권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가 된다. 반면 불법자금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정치인 수사에서 불패의 신화를 쌓아온 특수부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본 언론은 행정부의 수장인 총리가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결과적으로 검찰 조직을 불신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수사의 독립성이나 공평성 담보 차원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을 극도로 꺼려온 불문율이 이번에 깨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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