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연합군 시위대에 발포說… 아프간 정국 새 불씨로

  • 동아일보

‘코란훼손’ 항의시위 8명 사망

아프가니스탄 주둔 연합군이 코란을 훼손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 8명이 아프간 정부군과 연합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AF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말 연합군 작전 도중 10대 학생 8명을 포함해 민간인 10명이 사망했다고 아프간 정부가 밝힌 뒤 최근 아프간 내에서 외국군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터져 나온 것이어서 시위대 측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이날 아프간 남부 헬만드 주 가름시르에서는 주민 2000여 명이 “아프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10일 작전 중에 코란을 불태웠다”며 ‘미국에 죽음을’ 등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헬만드 주 경찰부국장 카말 칸 씨는 “시위대는 학교 건물에 불을 지른 뒤 정보기관 건물에 진입하려다 경찰관들을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8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이어 그는 “아프간 경찰관 2명과 정보기관 요원 1명도 목숨을 잃었다. 탈레반이 주민들을 선동했다”며 “탈레반은 ‘미국과 아프간군이 양민을 죽이고 가옥을 폭파했으며 종교와 문화를 모독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헬만드 주는 탈레반의 세력이 강한 지역이며 현재 ISAF 지휘 아래 미 해병대가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ISAF는 성명을 통해 “시위 도중 반군의 저격수가 아프간 경찰관을 향해 총을 발사했으며 이에 연합군 병사들이 응사해 저격수가 숨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지 않았으며 부상자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연합군이 코란을 훼손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아프간 정부군과 연합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밝힌 하지 잔굴 씨는 시위대가 돌을 던지자 연합군이 총격을 가했으며 자신의 아들도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헬만드의 주도인 라슈카르가 병원에 근무하는 한 의사는 “11명이 배와 머리, 다리 등에 총상을 입은 채 실려 왔다”며 “이 중 2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아프간전쟁으로 숨진 민간인은 모두 2412명으로 집계돼 2008년 2118명보다 294명(13.9%) 늘었다고 유엔이 13일 밝혔다. 이는 2001년 아프간전쟁이 시작된 뒤 가장 많은 수다. 지난해 민간인 사망자 중 반군의 공격에 의한 희생자는 1681명으로 전년보다 521명이나 늘어난 반면 연합군 공격으로 숨진 민간인은 596명으로 전년보다 232명 줄었다고 유엔은 설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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