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美CIA 기지에 자폭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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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테러 요원 등 민간인 8명 숨져… 美 전력 타격
탈레반 “우리 지지하는 아프간軍 장교가 한 일”

지난해 12월 30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사용했던 아프가니스탄의 비밀기지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CIA 요원 등 미국 민간인 8명이 목숨을 잃었다. 탈레반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파키스탄과 접경 지역인 아프간 동부 코스트 주 채프먼 기지 체육관에서 폭탄을 두른 조끼를 입은 테러범이 폭탄을 터뜨려 8명이 숨졌으며 사망자들은 모두 민간인이라고 미군 관계자들이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한 일”이라며 “군복을 입은 아프간군 소속 장교가 공격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탈레반을 지지하는 아프간 군인의 소행이라는 주장이다.

또 남부 칸다하르 시 인근에서도 폭발물이 터지면서 순찰 중이던 캐나다 군인 4명과 동행 취재하던 캐나다 일간지 캘거리헤럴드 미셸 랭 기자(34·여)가 목숨을 잃어 이날 하루 아프간에서 모두 9명의 서방 국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채프먼 기지를 CIA가 사용해 왔으며, 사망자들도 대부분 CIA 요원이거나 용역직원이라고 설명했다. CNN도 “이 기지는 원래 코스트 주 재건팀이 사용했지만 이들은 떠났고 지금은 CIA 등이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사망자 중 CIA 관련자가 포함돼 있는지, 몇 명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8년 동안의 아프간전쟁에서 사망한 CIA 요원 전체 수(4명)보다 많은 요원이 한꺼번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다.

이어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대테러전쟁의 선봉 역할을 해온 정보기관에 대한 대담한 공격”이라며 “아프간 주재 CIA 요원들은 탈레반과 알카에다에 대한 공격 계획을 수립하는 업무를 담당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특히 채프먼 기지의 CIA 요원들은 현지 정보원들을 포섭하고 공격 목표물을 확인하는 데 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아프간에서 CIA의 활동이 위축되고, 미군의 전력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조지타운대 브루스 호프먼 교수는 “현지 사정에 정통하고, 경험이 많은 CIA 요원들을 대거 잃었기 때문에 당분간 이 지역에서 미군의 작전이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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