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은 美, 후텐마에 눌러앉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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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보수공사 내달 시작하기로
‘합의 지켜라’ 日압박 카드일 수도

미국과 일본 간 갈등의 진원지인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관망해 오던 미국이 행동에 나서고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이들이 움직인 방향은 서로 정반대 쪽이다.

미국 해병대는 후텐마 비행장의 활주로 보수공사를 다음 달 10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보도했다. 미 해병대는 “당초 미일 합의대로 2014년 기지를 옮길 때까지 활주로 보수공사를 연기할 방침이었으나 이전지역 결정이 늦어지면서 더 미룰 수 없게 됐다”고 일본 정부에 설명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일본 정부의 기존 합의 번복을 염두에 두고 기지 이전계획을 백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나고(名護) 시 캠프 슈워브로 옮기기로 한 기존 합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후텐마 기지에 그냥 눌러앉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일본에 기존 합의안 수용을 압박하는 카드일 수도 있다. 일본으로서는 기노완(宜野灣) 시 주택가 한중간에 위치해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 백지화가 최악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 정권의 실력자인 오자와 간사장은 28일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 중의원 외무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후텐마 이전 문제와 관련해 “오키나와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대응해야 한다”며 “푸른 바다가 매립되는 것이 좋겠느냐”고 말했다고 NHK방송이 29일 보도했다. 이는 바다를 끼고 있는 캠프 슈워브의 헤노코(邊野古) 연안부를 매립해 후텐마 기지의 기능을 옮긴다는 미일 기존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다. 그동안 후텐마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던 오자와 간사장이 구체적인 입장을 처음 밝힘에 따라 앞으로 일본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를 방문 중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의사를 무시한 여당 내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해 정부 여당의 목소리는 더욱 종잡을 수 없게 됐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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