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국민 대다수 원하면 사임”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여론 카드’로 위기탈출 모색
퇴진 의견 아직은 많지않아

위장 정치헌금 문제로 궁지에 몰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사진) 일본 총리가 자신에 대한 여론이 계속 나빠지면 퇴진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자신의 경리담당 비서가 불구속 기소된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아지면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 문제로) 정치가 정체되고 국민 대다수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도 총리 직을 계속하면 국민에게 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위장 정치헌금에 대한 자신의 사과와 해명에도 여론이 계속 나빠지면 사임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해 현재로선 사임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했다. 그가 올해 9월 총리에 취임한 이후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총리가 위장 정치헌금 문제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이 문제를 퇴진과 연결짓는 데에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25일 “매월 1500만 엔의 정치자금을 모친(87)에게서 받은 사실을 몰랐으며 정치자금과 사적 지출을 모두 비서에게 맡겼다는 총리의 해명을 국민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하토야마 총리가 야당 시절 자민당의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비서의 범죄는 의원의 책임이다. 나라면 의원 배지를 떼겠다”고 말한 점을 지적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문제는 언론과 여론의 비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에 있다. 정권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도 민주당 대표이던 올해 초 불거진 정치헌금 허위 기재 문제로 수개월을 버티다 언론과 여론의 비난이 그치지 않자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난 전례가 있다.

한편 하토야마 총리의 자금관리단체인 우애정경간화회(友愛政經懇話會)는 25일 모친에게서 받은 정치자금을 증여로 수정 신고하기로 결정했다. 이 경우 증여세는 6억∼9억 엔(약 78억∼11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