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크리스마스 악몽’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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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미사 직전 20대 여성이 덮쳐 쓰러져… 부축받으며 제단 올라
돌진女 “껴안고 싶었다” 작년에도 접근 시도
같이 넘어진 추기경은 뼈 부러져 병원서 치료

교황 베네딕토 16세(82)가 성탄절 미사를 집전하려다 20대 여성이 덮쳐 바닥에 넘어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24일 오후 10시경(현지 시간)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러 제단 쪽으로 걸어가던 교황에게 모자가 달린 붉은 스웨터를 입은 한 여성이 안전거리 확보용 목책(木柵)을 뛰어넘어 돌진했다. 이 여성이 안전요원에게 붙잡혀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교황의 예복을 잡아끄는 바람에 교황도 함께 쓰러졌다. 소동 직후 이탈리아 언론은 “이 여성은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적을 가진 수산나 마이올로 씨(25)”라고 보도했다.

곧바로 일어난 교황은 안전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제단에 올랐다. 별다른 부상을 입진 않았으나 충격과 피로 탓인지 집전 내내 괴로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교황청은 전했다. 그러나 교황 옆에 있다가 소동으로 함께 넘어진 프랑스계 로제 에체가레 추기경(87)은 엉덩이 부근 뼈가 부러져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이올로 씨는 경찰 심문에서 “교황을 공격할 의사는 없었고 단지 껴안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황청 대변인 치로 베네데티니 신부는 “정신병을 앓은 경력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교황청의 또 다른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씨는 “그는 1년 전에도 교황에게 접근하려다 안전요원에게 붙잡힌 경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마이올로 씨는 1년 전 같은 날, 비슷한 위치에서 교황을 향해 목책을 넘으려다 제지당했던 바로 그 사람”이라고 전했다. 2007년에도 베네덱토 16세에게 일반인이 접근하려는 소동이 있었다. 그해 한 독일 남성이 성당 앞 성 베드로 광장에서 바리케이드를 넘어 교황이 탄 차에 접근해 트렁크 부분을 건드렸다가 안전요원에게 제지당했다. 빈센트 니콜스 영국 가톨릭 대주교는 “다른 곳도 아닌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에게 접근을 허용한 허술한 보안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미사를 무사히 집전한 교황은 “집단의 이기심을 버리고 모든 분쟁을 멈추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성탄절 미사는 보통 25일 0시에 열리지만 올해는 교황의 건강을 고려해 2시간 일찍 시작됐다. 2005년 제265대 교황으로 즉위한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여름휴가 때 이탈리아 별장에서 넘어져 오른쪽 손목이 부러진 적이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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