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만에… 美건강보험 개혁법안 상원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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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책 첫 결실

‘크리스마스이브의 승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건강보험 개혁법안이 24일 오전 7시(현지 시간) 최대 관문인 상원에서 찬성 60표, 반대 39표로 과반수(51표)를 확보해 통과됐다. 이날 표결에서는 21일 토론 종료를 결정한 표결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의원 전원(58명)과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2명 등 60명이 법안에 찬성했다. 공화당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상원 통과로 오바마 대통령이 첫 개혁과제로 꼽았던 건보 개혁은 막바지인 9분 능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대선 때 건강보험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혼신의 힘을 다 쏟았다. 개혁을 저지하려는 보험회사들의 집요한 의회 로비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공화당의 거친 공세도 막아냈다.

오바마 대통령의 건보 개혁 성공은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국민건강보험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후 한 세기 만의 결실이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힐러리 클린턴 여사가 건보 개혁을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에서 건강보험은 역대 정권에서 그 누구도 풀지 못했던 숙제였다. 한국과는 달리 정부가 관장하는 보험이 미국에는 없다. 민간 보험사들은 ‘기존에 있던 질병’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보험 혜택을 줄이면서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 가족 중에 누군가 큰 수술을 받게 되면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어 파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 국민 1인당 연간 의료비는 약 1000만 원에 이른다.

한세기만의 건보개혁 … 오바마 리더십 탄력받을듯

직장을 잃으면 하루아침에 무보험자로 전락하고 종업원들에 대한 건강보험 부담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큰 원인이었다. 역대 정권에서 건보 개혁 작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보험사의 집요한 로비와 의료계의 집단 이기주의와 공화당의 반대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5400만 명이 넘는다. 상원의 건보 개혁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10년 동안 3100만 명이 보험 혜택을 받는다. 혜택을 받지 못하는 2300만 명은 불법 이민자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높은 보험료를 받거나 보험 거절을 할 수 없게 된다. 상원 법안에서는 하원과 달리 정부가 운영하는 퍼블릭옵션(공공보험)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노인 건강보험(메디케어) 적용 범위를 65세 이상에서 55세 이상으로 넓혔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연 수입이 8만8200달러를 넘지 않으면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은 750달러나 수입의 2% 가운데 큰 금액을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문제는 재원이다. 상원 법안대로 하려면 앞으로 10년 동안 8710억 달러가 필요하다. 공공보험을 도입한 하원 법안을 추진하려면 1조520억 달러의 예산이 든다. 상원과 하원은 이제 단일 법안을 만들어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켜야 오바마 대통령 책상으로 최종 법안이 넘어간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1월 말 신년연설 전에 법안에 서명하기를 바라고 있다.

건강보험 개혁은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맛보는 정책적 성공이다.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집권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아 확고한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그의 개혁적 이미지와 강력한 추진력은 다른 개혁 작업에도 탄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사정이 나아지면 그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3년 후 재선 도전에도 탄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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