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방 인권논쟁 다시 불붙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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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족 정치망명 신청-반체제운동 변호사 기소 논란

중국이 신장(新疆)위구르족 정치 망명 논란과 ‘08헌장’ 서명을 주도한 변호사 기소 문제로 서방과 또다시 인권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 ‘7·5 우루무치(烏魯木齊) 사태’ 관련 위구르족 22명은 캄보디아로 탈출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이들은 탈북자를 돕는 선교사와 기독교 단체의 도움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이들은 형사 범죄자로 망명 허용은 안 된다”며 “유엔의 난민 프로그램이 범죄자의 피난처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 활동 중인 세계위구르회의 관계자는 “22명 중에는 아이도 2명 있다”며 “어린아이가 형사 범죄인이라니 우스운 얘기”라고 반박했다.

UNHCR 대변인은 “보호가 필요한 사람의 기준은 나라마다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말해 캄보디아 정부와 망명 허용 여부를 논의 중임을 시사했다. 캄보디아 정부 대변인은 “UNHCR와 함께 정치적 망명 자격이 있는지 신청자를 상대로 면접을 실시할 것”이라며 “순수한 정치적 망명이라면 (중국의) 송환 요구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일당독재 종식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서명을 주도한 혐의로 1년가량 구금해 온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53) 변호사를 10일 국가전복 혐의로 기소했다. 유럽연합(EU)은 14일 성명을 내고 조건 없는 석방을 요구했다.

이언 켈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 정부는 (중국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보편적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구금되고 처벌받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중국은 법치국가로 법원이 이 사건을 독립적으로 다룰 것”이라며 “외부에서 재판에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류 변호사의 재판은 이르면 다음 주 시작되며, 최고 15년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류 변호사는 유엔인권선언 발표 60주년을 맞아 지난해 12월 중국의 진보적인 학자, 변호사, 자유주의적 저술가와 함께 08헌장 서명을 주도했다. 헌장 발표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8일 구금됐으며, 올해 6월 정식 체포됐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최근 중국 러시아의 인권 문제에서 ‘실용주의적 입장’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글로벌 경제 현안 대처와 핵 비확산 등에서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인권 문제로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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