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한파에 블랙 프라이데이 ‘꽁꽁’ 충동구매 사라지고 ‘알뜰쇼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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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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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쇼핑센터 르포
1700달러 삼성TV, 800달러 할인에도 구매 드물어
매출 작년보다 0.5% 증가 그쳐 ‘최대 쇼핑시즌’무색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 로클랜드 카운티의 팰리세이즈 쇼핑센터에 있는 할인점. 파격 할인 품목은 이미 동이 난 상태였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 로클랜드 카운티의 팰리세이즈 쇼핑센터에 있는 할인점. 파격 할인 품목은 이미 동이 난 상태였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최대 70% 할인, 한 개 사면 다른 한 개는 50% 세일, 오후 1시 이전 판매 상품은 15% 추가 할인….’

27일(현지 시간) 오전 맨해튼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뉴욕 주 로클랜드 카운티에 위치한 팰리세이즈 쇼핑센터. 메이시 백화점, 할인점 타깃, 전자 대리점 베스트바이, 장난감 전문점 토이저러스, 스포츠 전문매장 스포츠 오소리티, 대형서점 반즈 앤드 노블 등 웬만한 소매점이 다 몰려 있는 대형 쇼핑몰이다.

평일인 데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주차할 자리를 찾기가 힘들어 10여 분간 주차장을 돌아다녀야 했다. 이날이 바로 미국 전역에서 최대 소비 이벤트가 벌어지는 ‘블랙 프라이데이’였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바로 다음 날은 1년 내내 적자(레드)를 보던 기업들이 일제히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 덕분에 흑자(블랙)로 돌아서는 날이라고 해서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린다.

한국의 웬만한 백화점 10여 개가 들어갈 만한 대규모 쇼핑센터 안으로 들어서자 대부분 가족 단위로 나온 쇼핑객들이 상점을 옮겨 다니며 미리 ‘점찍어둔’ 싼 물건을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이 상점을 나설 때마다 1, 2개씩 쇼핑백이 늘어 양손에 물건이 가득했다.

많은 미국인들은 평소 필요한 물건의 목록을 정리해 뒀다가 싸게 살 수 있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다린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에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는 일도 이날 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소매업체들은 파격적인 할인을 앞세워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객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미국 4위 백화점 체인인 콜은 이날 개점시간을 오전 4시로 앞당기고 캐시미어 스웨터를 34.99달러에, 장난감을 절반 가격에 판매했다. 메이시 백화점도 울코트 가격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했다. 월마트는 매장을 24시간 개장하며 3달러짜리 잠옷, 15달러짜리 청바지 등을 미끼 상품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올해에는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의 영향 때문인지 싼 물건을 마구잡이로 사는 충동구매보다는 꼭 필요한 물건만 사거나 구입을 미루는 ‘알뜰’ 쇼핑객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베스트바이 TV 코너에는 평소 가격 1700달러짜리 삼성 46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900달러로 할인 판매해 싼값의 TV를 구경하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선뜻 사지는 못했다. 아들에게 선물로 줄 게임기를 사러 왔다는 토머스 듀프리 씨는 “아직도 브라운관 TV를 보고 있는데 최신형 TV로 바꿔 볼까 해서 구경을 하고 있다”며 “싸게 판다고 해도 조금 부담이 되는 가격이라 올해는 못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다른 쇼핑센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근 뉴저지 주 버겐 카운티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쇼핑몰인 가든 스테이트 플라자. 메이시 백화점에 들어서자 유독 사람이 많이 몰린 매장이 눈길을 끌었다. 이른 아침에 오는 고객들에게만 추가 할인을 해서 물건을 파는 ‘모닝 스페셜’ 남성의류 매장이었다. 매장 문을 여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할인된 가격에서 추가로 10∼20%의 할인을 더 해주는 식이다. 한 쇼핑객이 바지 2벌을 들고 계산대로 다가가 광고 전단에서 떼어온 10달러짜리 할인 쿠폰을 내밀었다. 점원이 “모닝 스페셜 제품은 할인 쿠폰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자 이 쇼핑객의 얼굴에는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시장조사업체 쇼퍼트랙 RTC코프가 28일 발표한 잠정 집계에 따르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은 지난해보다 불과 0.5% 늘어난 106억6000만 달러였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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