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 하토야마의 배신” 노벨상 수상자까지 발끈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27일 03시 00분


日 민주당, 복지공약 재원 마련위해 科技 예산 대폭 삭감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이 내년 예산안 확정을 앞두고 부처별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예산 쥐어짜기’에 나서자 일본 산업계와 과학계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민주당 정권은 예산낭비를 최대한 줄여 내년부터 신설되는 각종 복지공약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무차별적인 예산 삭감이 경제기반을 붕괴시킨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학기술 예산에 대한 심의가 열린 25일에는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들까지 나서서 하토야마 정권을 맹공격했다.

예산안 재검토를 담당하는 신설조직인 행정쇄신위원회는 11일부터 민주당 국회의원과 민간인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다. 올해 각 성청이 요구한 내년도 예산안은 95조 엔으로 올해 예산(88조5000억 엔)보다 7조 엔 가까이 급증했다.

TF는 이 가운데 예산 요구액이 큰 447개 사업의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해 사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사업지속 판정을 받더라도 TF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예산이 크게 삭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주당 정권은 이렇게 해서 줄인 돈을 내년부터 약 7조 엔이 들어가는 복지공약 재원으로 쓰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를 비롯해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등 민주당 실력자들이 연일 예산분류 현장에 들러 ‘무언의 독려’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학기술 예산안 심의가 열린 25일 예산안 재검토에 대한 여론이 일제히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삭감 목표를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사업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면서 성장전략 관련 예산까지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TF는 268억 엔으로 잡혀 있는 차세대 슈퍼컴퓨터 예산을 사실상 보류했다. 또 민관 합동으로 개발하는 GX로켓 연구개발비 58억 엔도 보류하기로 하는 등 굵직한 과학기술 사업을 철회하거나 축소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등 과학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하토야마 총리가 공학도여서 과학기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배반을 당했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고바야시 마코토(小林誠) 교수는 “하토야마 정부가 과학기술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해놓고 관련 예산을 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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