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착촌 추가 건설”… 美-英 “평화 파괴” 비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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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국가수립 추진에 맞불… 중동평화 멀어져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지역에 정착촌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을 강행키로 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독자적으로 국가 수립 선포를 추진하고 있어 협상을 통한 중동평화 실현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17일 이스라엘 내무부는 동예루살렘 지역의 길로에 유대인 정착촌 주택 900채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길로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곳이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크게 실망했다. 평화협상을 재개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중동평화 노력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고, 영국 정부도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평화협상을 재개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성토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이 최근 유엔을 통해 국가 수립 선포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고 뉴욕타임스가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정착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관계 악화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 뒤 여러 차례 이스라엘에 정착촌 건설 ‘완전 중단’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예루살렘에서는 주택 건설을 계속하고, 요르단 강 서안 지역 정착촌에서만 당분간 신축을 자제하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9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한걸음 물러섰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미국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면서 내년 실시 예정인 수반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팔레스타인의 독자적 국가 선포 추진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오바마 정부의 중동평화 정책은 성과도 없이 미국에 대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불신만 남겼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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