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킬러 꽃뱀’ 충격

  • 동아일보

인터넷 결혼사이트 통해 노총각들 유인
8명 만나 12억원 뜯어내고 6명은 살해

“드디어 꿈에 그리던 짝을 만났다. 보금자리를 구했고 오늘 밤 그녀와 미래를 위한 여행을 떠난다. 조만간 상견례도 한다.”

8월 5일 오후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이 같은 글을 남긴 41세 회사원 오이데 요시유키(大出嘉之) 씨는 다음 날 사이타마(埼玉) 현의 한 주차장에 있는 렌터카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연탄가스 중독. 부검 결과 몸 안에서 수면제도 나왔다. 오이데 씨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조사하던 경찰은 약혼녀 A 씨(35)가 그의 은행계좌에서 470만 엔(약 6000만 원)을 인출한 것을 밝혀냈다.

이어 더 놀라운 사실이 나왔다. 최근 2, 3년간 이 여성과 교제했던 남성 6명이 살해됐고 2명이 행방불명된 것. 시체가 발견된 남성의 사인은 모두 연탄가스 중독이었고 시체에서는 같은 성분의 수면제가 검출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이 8명을 모두 인터넷 결혼중개 사이트에서 만났다. A 씨는 인터넷에서 자신을 “진지하게 결혼 상대자를 찾고 있다”고 소개한 후 관심을 보인 남성에게 접근해 신혼집 마련 등의 이유로 돈을 뜯어냈다. A 씨가 이들로부터 받아낸 돈은 1억 엔(약 12억8800만 원)에 이른다.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A 씨를 결혼을 빙자한 사기와 6명에 대한 살인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일본 사회가 이번 사건을 심상치 않게 받아들이는 까닭은 인터넷 결혼중개 사이트가 결혼사기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 오프라인 결혼중개회사의 경우 등록료가 60만 엔에 이르지만 인터넷 결혼중개 사이트는 등록료가 한 달에 3000엔에 불과한 데다 남들 모르게 결혼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역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결혼중개 사이트가 개인의 신원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도 최근 인터넷 결혼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결혼을 하고 싶어도 짝을 찾지 못하는 일본 노총각을 범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2005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남성의 미혼율은 16%로 20년 전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35∼39세 남성의 30%, 40∼44세 남성의 22%가 미혼이다. 노총각들의 90%가 결혼을 원하지만 배우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인지 오이데 씨 블로그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이 1700여 건에 이를 정도로 쇄도하고 있다. 자신을 30대 독신남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수차례 맞선을 봤지만 번번이 실패한 저로서는 드디어 배우자를 찾았다는 기쁨에 설렜을 당신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습니다”며 추모 글을 올렸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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