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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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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의 부모들도 자녀들이 좋은 직업을 얻어 편하게 살도록 가르치기보다 넓게 보고 크게 생각하며 세상을 바꾸는 지도자의 꿈을 꾸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22일(현지 시간) 아시아인 최초로 아이비리그 총장에 취임하는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은 취임식을 하루 앞둔 21일 뉴햄프셔 주 하노버 시에 위치한 다트머스대 캠퍼스에서 10여 명의 미국 및 한국 기자와 가진 간담회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국 부모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김 총장은 “한국 부모들은 어려운 시기에 매우 열심히 일했고, 자녀들이 자신들처럼 고생하지 않도록 의대나 법대에 가서 좋은 직업을 갖고 ‘잘 먹고 잘 살도록’ 가르쳐 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자녀들이 좀 더 큰 뜻을 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은 그동안 높은 교육열과 근면을 통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했고 이제 더는 변방의 소수민족이 아닌 만큼 부모들의 자녀교육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김 총장은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영어로 답하면서도 중간중간 서툰 한국어를 섞어가며 자신의 뜻을 충분히 전달하려고 애썼다. 그는 “한국도 이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위대한 지도자,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사상가를 배출할 시기가 됐다”며 “청소년들이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크게 꿈꾸고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데에 나도 어떻게든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아시아인 최초의 아이비리그 총장이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다트머스대 총장에 임명되고 나서야 그동안 아이비리그에 아시아인 총장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내가 이 자리에 오른 데 대해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나라의 언론과 국민이 아시아 전체의 승리인 듯 반응한 것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국민의 호의에 감사드리고 싶다”며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해 나갈 것이며 한국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학들과의 교류 확대에 대해선 “다트머스대는 교양교육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한국 대학들과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의 대학 교육은 일단 전공을 정하면 다른 분야에 좀처럼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자기 분야에만 얽매이는 협소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트머스대는 과학자들이 그림을 배우고 풋볼 선수가 노래를 배우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교양교육이 학생들을 세계의 어려운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로 키우는 데 최선의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노버(뉴햄프셔)=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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