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코리아’ 달라진 대접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코멘트
“한국 관심사 알려달라” 美재무차관 이례적 전화
李대통령, 금융기관 개혁 의제
토론 주도 ‘리드 스피커’될 듯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18일 미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레일 브레이너드 미국 재무부 국제업무담당 차관이 제3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룰 한국의 관심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고 물어온 것. 신 차관보는 “국제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차관이 직접 전화해 한국의 관심사를 챙기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1, 2차 G20 정상회의 때는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제3차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의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 21일 재정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의 3개 분야 중 ‘국제금융기구 개혁’ 분야에서 리드 스피커(Lead Speaker)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한국이 리드 스피커를 맡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드 스피커는 먼저 화두(話頭)를 던지고 거기에 대해 다른 정상들이 의견을 밝히기 때문에 일반 토론자보다 훨씬 의미가 크다.

이러한 한국의 위상 변화는 G20 정상회의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이달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이미 감지됐다. 미국과 영국의 재무장관은 윤증현 재정부 장관에게 “합의를 이루는 데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니 꼭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앨리스터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먼저 만나자고 해도 잘 응해 주지 않던 콧대 높은 인물이었다.

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의 위상 변화에 대해 “10여 년 전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국제적인 ‘모범 답안’이기 때문”이라며 “선진국과 신흥경제국 사이에서 이견을 조정할 수 있는 적임국가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