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불장난’이 덴마크 홍보?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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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관광청이 자국의 관광 홍보를 위해 유튜브에 올렸다가 삭제한 문제의 동영상. 화면 속 여성은 아기와 무관한 직업 배우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튜브 화상 캡처
덴마크 관광청이 자국의 관광 홍보를 위해 유튜브에 올렸다가 삭제한 문제의 동영상. 화면 속 여성은 아기와 무관한 직업 배우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튜브 화상 캡처
싱글맘母子‘아빠찾기’ 동영상
관광청 “지어낸 이야기” 실토

미모의 덴마크 싱글맘이 하룻밤 불장난으로 낳은 아기의 아버지를 찾는다며 올린 인기 동영상이 거짓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영상은 덴마크 관광청이 자국의 관광 홍보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미국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1년 반 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놀러온 이름 모를 외국인과 술에 취해 하룻밤을 보낸 뒤 아기를 낳았다는 여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카렌(27)이라는 이 여성은 젖먹이를 안고 “아기 아빠에게 아이의 존재를 알려주려 동영상을 제작했다”며 e메일과 홈페이지 주소를 남겼다.

카렌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동영상은 조회수가 수백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카렌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말이었다. 아기 엄마는 ‘국경 없는 의사회’의 공익광고에 출연한 적이 있는 배우였고 안고 있던 젖먹이도 남의 아기였던 것.

의혹이 커지자 13일 덴마크 관광청은 현지 언론에 동영상 내용은 가짜이며 이는 ‘입소문 마케팅’ 차원에서 제작한 것이라고 실토했다.

관광청 측은 “154개국의 수백만 명이 동영상을 봤다. 언제까지나 안데르센(‘인어공주’를 쓴 덴마크 동화작가)만 내세울 순 없지 않느냐”며 동영상의 홍보 효과를 강조했다. 또 관광청은 ‘술에 취해 즉흥 성관계를 갖는 여성 이야기가 덴마크 홍보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유세계 여성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국가 이미지를 먹칠하는 데 혈세를 썼다”며 관광청을 비판했다. 동영상에 ‘감동’했던 세계 누리꾼들도 “섹스 관광 홍보물 같다” “사람 감정을 가지고 놀았다”며 비난했다. 관광청은 결국 15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문제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삭제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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