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가장 위대한 상원의원 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에드워드 케네디 美상원의원뇌종양 투병중 77세로 별세
에드워드 케네디 美상원의원
뇌종양 투병중 77세로 별세
케네디家 ‘마지막 별’… 암살 등 세 형의 비운 지켜봐
美언론 “건강보험 개혁 지지자 숨져… 오바마 타격”


뇌종양으로 투병해온 에드워드 케네디 미국 상원의원이 25일 7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케네디 집안의 4남 5녀 중 막내인 그의 사망으로 1960년대 이후 미국 정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케네디 가문의 1세대 정치인들은 아일랜드 대사를 지낸 진 케네디 스미스 씨(81·여)를 제외하고 모두 세상을 떴다.
아일랜드 이민 가문인 케네디가(家)는 26일 짧은 성명을 통해 케네디 의원이 매사추세츠 주 하이애니스포트에 위치한 자택에서 전날 저녁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5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투병 생활을 계속해 왔다. 최근 병세가 악화되자 자신이 의원직에서 물러날 경우 주지사가 바로 후임자를 지명할 수 있도록 주 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죽음을 준비해 왔다.
케네디 의원은 1962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47년간 의회에서 활동해 온 미국 정치사의 산증인이었다. 형제들의 암살과 사고사가 잇따른 케네디 가문의 비극을 모두 지켜봐야 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맏형인 조지프 패트릭 케네디주니어가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도중 비행기 폭발사고로 숨진 데 이어 1963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 1968년에는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로 숨졌다. 1999년에는 조카인 존 F 케네디 주니어가 비행기 사고로 38세 나이에 추락사했다. 누나인 로즈메리는 평생을 정신지체장애로 고생하다 병상에서 숨졌고, 캐슬린 역시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케네디 의원 자신도 1964년 큰 비행기 사고로 생사의 기로를 헤매다 한때 전신마비가 될 위기까지 겪었다. 알코올의존증에 걸린 첫째 부인과 이혼했고, 아들이 12세 때 암 진단을 받고 다리를 절단하는 등 불행한 개인사도 겪었다.
50년 가까운 그의 정치 인생은 케네디 가문의 후광이 가져온 빛과 그림자로 점철돼 있다. 대통령이던 둘째 형이 암살된 이후 대통령 후보로도 몇 차례 거론됐으나 1969년 운전 중 동석했던 여성이 사망한 교통사고 등 스캔들로 결국 백악관행이 좌절됐다. 당시 사고 후 9시간 동안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그의 행적과 사망한 여성과의 관계에 의혹이 제기돼 발목이 잡혔던 것.
케네디 의원은 민주당원임에도 공화당의 정책을 껴안은 정치 행보로 초당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았다. 조지 W 부시 정부의 교육개혁을 강력하게 지지했고,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함께 이민자 관련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시민권과 투표권, 교육 노동 및 연금 관련 정책에 깊이 관여했고, 특히 현재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에 일찍부터 앞장서 왔다. 베트남전은 물론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쟁에도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테디’라는 애칭으로 불린 이 정치 거물의 인맥과 정치적 파워는 미 의회 내에서 따를 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상원의원을 잃음으로써 역사의 중요한 하나의 장(章)이 막을 내렸다”고 애석해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 호주 케빈 러드 총리 등 전 세계 지도자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건강보험 개혁에 힘을 실어주던 케네디 의원의 죽음으로 오바마 정부가 타격을 받게 됐다”며 향후 정치판도 변화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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