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답습은 미국” 푸틴의 반격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오바마 비판에 응수
오바마-메드베데프
법학 전공-‘곰’ 별명 공통점
개혁-실용주의 노선도 비슷

러시아의 실세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냉전 사고를 고수하는 쪽은 미국”이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에 반박하고 나섰다. 2일 “푸틴 총리가 (여전히) 한 발은 과거(냉전) 해결 방식에 두고 있다”고 비판한 오바마 대통령을 향한 대응이었다.

○ 반격 나선 푸틴

4일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주(州)에서 밀농사 추수현장을 방문했던 푸틴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비판에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국영 TV에 나와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러시아인들은 두 발을 굳건히 땅에 딛고 미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두 발을 따로 두고) 비틀거릴 수 없다. 우리가 두 발로 서 있는 것은 미래의 승리에 대한 보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냉전시대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라고 반격했다. 그는 “1974년 소련 내 유대인들의 해외이주권을 무역과 연계시킨 ‘잭슨-바닉’ 수정안을 미국이 아직도 러시아에 적용하고 있다”며 그 예로 들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지는 “푸틴 총리의 반격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전부터 원격 정상회담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 양국 정상의 스타일

오바마 대통령은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인 푸틴 총리를 견제하는 한편 젊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양국 대통령은 올 4월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어깨동무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러시아 정가는 두 정상의 스타일에 주목하며 정상회담 성과를 미리 점치기도 했다. 우선 나이는 1961년생인 오바마 대통령이 메드베데프 대통령보다 4세 더 많다. 두 정상 모두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강단에서 법학을 가르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본인의 이름과 비슷한 ‘메드베지’(러시아어로 곰을 의미)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 역시 작고한 외할머니로부터 ‘곰’이란 별명을 얻은 점도 흥미롭다. 외모상 가장 큰 차이는 키다. 오바마 대통령은 186cm의 장신이지만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162cm 정도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모두 개혁주의 성향이 강하며 외교 노선에서도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는 평이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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