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그들은 옥상으로 올라간다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이란 시위대, 정부 진압 맞서 반정부 구호
30년전 이슬람혁명때 호메이니 사용 방식
정부 “무사비가 시위 이용” 사법처리 시사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이란 정부가 개혁파 시위대에 대한 진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테헤란에서는 밤이 되면 시민들이 집 옥상에 올라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심야 옥상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CNN이 23일 보도했다. 이란 정부가 시위를 원천 봉쇄하자 이에 대응한 시민들의 색다른 의사표현이자 항거 방식이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이날 선거 무효화 주장을 일축하고 “의회의 결정에 따라 새 대통령은 7월 26일에서 8월 19일 사이에 취임하고 내각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이란 관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 옥상시위로 울분 토하는 테헤란 시민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매일 오후 9시에서 11시 사이에 테헤란 시에서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옥상에서 ‘알라후 아크바르! 독재자를 타도하라’를 외친다는 것이다. 때로는 목소리가 큰 남성이 선창하면 이웃들이 따라하는 방식으로 매일 1∼2시간씩 항의시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CNN은 “이때 지나가는 차들이 이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경적을 울린다”고 전했다. 옥상시위는 30년 전 이슬람혁명 당시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최초로 사용한 방식의 시위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30년 전에 사라진 시위 방식이 다시 등장했다”고 전했다. 옥상시위는 당국의 진압을 피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 초강경 진압…시위 동력 떨어져

이날 테헤란 시내에는 경찰이 지하철역과 주요 길목에 대규모 경찰력을 배치해 2, 3명씩 다니는 일반 행인까지 강제로 해산하는 등 시위를 원천봉쇄했다. 19일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더는 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하루 수십만∼수백만 명씩 참가했던 시위 양상이 달라져 22일 집회 참가자는 1000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개혁 성향의 대선 후보인 메디 카루비 전 국회의장은 성명을 통해 “시위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는 집회를 25일 열겠다”고 밝혔다.

○ 무사비 전 총리 사법조치 임박

알리 샤로키 이란 의회 사법위원장은 22일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가 성명을 발표해 민심을 들끓게 하고 있는데 이는 범죄행위다. 사법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헌법수호위원회는 23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승리한 대선 결과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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