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금리인하 등 재정·통화 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한 논의가 미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금리인상, 재정지출 축소 등을 통해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하지 않으면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19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례회의를 가진 뒤 성명서를 통해 “경제의 지속 가능한 회복의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출구 전략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만큼 이제 경기 회복에 보조를 맞춘 정책 조율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성명서는 “그동안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취한 상당한 조치들이 경기후퇴의 부정적인 효과를 차단하고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초 초안에 포함됐던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재정지출이 필요하지 않다’는 문구는 성명서에서 삭제됐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영국 경제는 추가 부양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구를 포함시키는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12, 13일 이탈리아 레체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출구전략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출구전략의 이행 시점에 대해 주요국 간 견해차가 있었지만 G8 재무장관들은 국제통화기금(IMF)에 출구전략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G8은 “(세계 경제의) 안정화 조짐이 있다”며 “경제 회복이 확인될 경우 위기에 대응하려고 취했던 이례적인 조치를 거둬들이기 위한 적절한 전략, 소위 ‘출구 전략’이 필요함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보수적인 재정정책을 펴 온 독일과 캐나다 등이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가장 큰 관심은 미국이 언제 출구전략을 이행하느냐다. 출구전략의 이행 시점은 금리인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23, 24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 결과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최근 “대규모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로 국채 수익률과 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재정지출을 줄이든 세금을 올리든 재정상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이는 미국이 출구전략을 이행할 것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구전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G8 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기 회복세의 초기 징후는 고무적이지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긴축 정책으로 선회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월가에서는 미국 정부와 FRB가 당장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이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월가 이코노미스트 4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3분기(7∼9월)와 4분기(10∼12월)에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2명, 7명에 불과했다. 내년 금리인상을 점친 이코노미스트는 29명이었고, 9명은 2011년 이후에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