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감축이 우선” vs “명품 홍보 소홀”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베르사체 CEO, 가문후손과 불화로 사임

이탈리아 명품 패션브랜드 ‘베르사체’의 전문경영인인 잔카를로 디 리시오 최고경영자(54)가 창업주 베르사체 가문과의 불화설로 사임하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디 리시오 씨는 인수인계를 위해서 당분간 CEO 직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해임을 두고 비용 감축을 우선시한 전문경영인의 전략과 창업주 가문의 고급화 전략이 충돌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창업주인 잔니 베르사체의 여동생인 도나텔라 베르사체 씨(54)는 쇼와 홍보활동에 돈을 ‘아낌없이’ 써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녀는 일당이 10만 유로(약 1억7600만 원)에 이르는 사진사 마리오 테스티노 씨에게 광고 작업을 맡긴 데 이어 지난달 칸 영화제에서 앤젤리나 졸리를 비롯한 톱스타들에게 드레스를 협찬하는 등 ‘고급 이미지 세우기’에 주력했다.

그러나 디 리시오 CEO는 회사 형편은 생각하지도 않고, 홍보활동에 돈을 펑펑 쓰는 도나텔라 씨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반면 디 리시오 씨가 매출을 늘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베르수스(Versus)’ 라인을 강화하고, 2011년까지 매장을 20개 이상 확충하겠다고 나서자 도나텔라 씨측 역시 반발하고 나섰다. 또 구매층이 한정되어 있는 화려한 옷보다는 단순한 디자인의 구두와 핸드백을 만들라고 디 리시오 씨가 디자이너들에게 요청하면서 양측의 마찰은 심화됐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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