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연설’ 싸고 논쟁 시끌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변화 위한 긍정적 메시지”

“말보다 행동으로 입증하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이집트 카이로대 연설에서 미국과 이슬람 사회 간의 ‘새로운 출발’을 호소한 데 대해 미국 내에서는 물론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대체적으로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에너지”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라며 유보적인 반응이 많았다.

중동 분쟁의 핵심인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과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촌 동결요구 등에 대한 언급은 중동평화가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기초 위에 마련된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라크 정부도 “중동문화에 대한 미국 새 행정부의 진지한 이해를 반영했으며 극단주의자들의 발호를 제어할 수 있는 긍정적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톤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 케냐 등 이슬람 인구가 많은 국가도 의견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근본주의자이자 강경 무장투쟁 노선을 견지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는 “추상적인 설교보다는 구체적인 이행이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동지역 내 이스라엘의 침략행위의 완전한 중단이라는 근본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슬람과의 갈등을 끝내고 화해의 새 시대로 나아가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희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이스라엘은 평화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은 국가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도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2004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존 케리 상원외교위원장(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솔직 담백한 연설은 전 세계 이슬람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보여줬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친 오바마 성향의 미국진보센터(CAP)의 매슈 더스 연구원도 “오바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국가건설 권리를 이스라엘인들의 권리와 동등하게 취급했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아랍권 국가들의 전제정치와 이란 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옹호하지 못해 미국의 위상을 유약하게 보이게 한 측면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갈라진 곳에 다리를 놓고 문화적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중대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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