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신용등급 전망 안정적 → 부정적

S&P “재정적자 급증… 개선안되면 강등 불가피”
국가채무 GDP의 80% 넘은 미국도 안심못해

세계 최고의 국가신용등급을 자랑해온 미국과 영국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재정적자와 나라 빚이 급증해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1일 정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종전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라는 의미다.

S&P가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P는 현재 영국에 최고 등급인 ‘AAA’를 부여하고 있다. S&P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영국 정부의 재정이 극도로 악화됐다며 영국의 국가 순채무가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수준까지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S&P는 이 같은 국가채무 수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영국 통계청은 22일 올 1분기 영국의 GDP가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1980년 4분기 이후 2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 3월 끝나는 이번 회계연도에 2200억 파운드(약 3430억 달러)의 정부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올해 정부 재정적자가 GDP의 12.4% 수준인 1750억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하면서 마찬가지로 미국도 최고 신용등급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 운영사 핌코의 설립자이자 최고 투자책임자 빌 그로스는 2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시장은 가능성을 점점 높게 보고 있다”며 “미국이 AAA 등급을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달러와 주식 채권 매도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미국과 영국을 ‘쌍둥이’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의 국가채무는 12조 달러에 육박해 GDP의 80%를 넘어선 상태다. 백악관은 최근 미국의 2009회계연도(2008년 10월 1일∼2009년 9월 30일) 재정적자가 당초 예상보다 890억 달러 늘어난 1조84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GDP의 12.9%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S&P는 이미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돼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AAA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