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佛… “출구 안보인다”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극좌파 대학강의 방해… 잇단 상사 감금… 정치인은 수수방관

혁명 선동 서적 판매 불티

지식인-연예인도 폭력 옹호

토론서 폭력 비판한 언론인

“입다물라” 가수가 비아냥

프랑스가 표류하고 있다.

극좌파에 의해 장악된 대학은 3개월째 수업 진행을 못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사회당이 극좌파에 편승해 사회적 폭력(la violence social)을 비호하고 있다. 일부 지식인은 다시 공산 혁명을 거론하고 대중가수는 폭력에 비판적인 언론인 공격을 선동하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 노동자를 해고하려는 외국계 기업에서 영미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상사 감금’이 벌어졌다.

▽혼돈 속의 대학=감금은 기업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렌2대와 오를레앙대에서 총장이 학생들에게 감금당했다. 파리에서는 대학 기숙사와 식당을 책임지는 대학조합장(Crous)이 감금됐다. 수십 개 대학이 여전히 소수파에 의해 봉쇄돼 있다.

마르크 공타르 렌2대 총장은 폭력 사태 때마다 등장하는 극좌파 학생들을 크메르루주에 비유한다. 이들은 집배원 출신의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이끄는 신(新)반자본주의정당(NPA)의 이념에 가깝거나 극좌파 노조연대(SUD)를 옹호한다. 사회당에 가까운 학생조합(Unef)은 이들의 행동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 대학총회에서 이들은 수업거부 투표를 추진하고 때로는 그리스와 같은 봉기나 자본주의의 종식, 공공질서의 파괴, 언론에 대한 보이콧을 주장한다.

▽계속되는 기업 내 폭력=기업 내에서 벌어지는 상사 감금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계 건설기계업체 캐터필러 공장장 등 간부 4명은 지난달 약 700명의 직원 해고계획을 세웠다는 이유로 근로자들에 의해 사무실에 감금됐다. 근로자들은 유선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간부들 집 전화번호도 공개되어 부인들은 밤새 협박전화에 시달렸다.

4일엔 캐터필러의 에시롤 공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곤봉을 든 경찰이 공장 앞에 배치됐다. 노동자 수십 명이 공장 입구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웠다. 사측은 근로방해행위로 9명을 고발했고 이들은 전날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여전히 노조 대표와 사측의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

▽비판 주저하는 정치인=마르틴 오브리 사회당수 같은 좌파 정치인은 “통행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과 같은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하면서도 극좌파들이 사용하는 ‘사회적 폭력’의 용어를 빌려 사실상 대학과 기업에서의 폭력을 옹호하고 있다.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는 “모든 폭력은 비난받아야 한다”면서도 “그것이 프랑스의 사회적 분위기에 관한 것, 불안과 분노와 부정의의 감정에 관한 것이라면 고려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프레데리크 르페브르 대변인은 사회당이 폭력을 선동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바이루에게는 동조하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폭력을 선동하는 지식인과 연예인=최근 프랑스에서는 혁명을 선동하는 듯한 ‘임박한 봉기(L'Insurrection qui vient)’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위원회’라는 익명을 쓰고 있다. 책에는 “사보타주는 오늘날 사회의 흐름을 중단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어떻게 하면 고속철도(TGV) 선로를, 전력 공급선을 망가뜨릴 수 있을까. 어떻게 인터넷망의 가장 약한 고리를 찾을 수 있을까”라고 쓰여 있다.

또 알랭 바디우 같은 저명한 급진 철학자는 최근 ‘공산주의 가설’이란 책을 펴내 ‘자본주의는 끝났고 공산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선언했다. ‘다중’ ‘제국’과 같은 책을 낸 토니 네그리 같은 이탈리아의 급진 철학자도 다시 미디어의 장으로 돌아왔다.

아프리카계 래퍼 유수파는 TV 토론 등에서 파리 교외 폭력에 비판적인 언급을 많이 한 르피가로 정치부 대기자 에리크 제무르를 거명하며 “제무르 같은 녀석을 입 다물게 해 줄 사람 없나”고 언론인을 노골적으로 경멸하는 가사를 담은 노래를 발표해 언론자유를 침해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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