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 車업계, 국가후견 벗어나 자신 힘으로 일어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4분



“크라이슬러, 내달까지 피아트와 제휴못하면 재정지원 불허
GM, 두달내 진전된 구조조정-원가절감 대책 제출하라”
일부선 “추가지원 분위기 조성 위한 정치쇼” 평가 절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 시간) 자동차업계의 유례없는 노력을 강조한 것은 자동차산업이 여전히 미국의 기간산업임을 강조하면서도 더는 자동차업계가 경제회생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핵심이다.

그는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두 회사 모두 추가지원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구조조정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경영진은 물론이고 채권단, 노조, 주주 등에게 ‘고통스러운 양보’를 주문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회생을 위해 파산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동차업계의 리더십 실패를 지적하며 “이제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일어나야 하며 더는 세금으로 국가의 후견을 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혼란과 함께 그동안 미국 경제에 최대 위협요소로 꼽혔던 자동차산업의 재편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 신호탄은 릭 왜거너 GM 회장의 전격적인 퇴출이다. 30일 오바마 대통령의 자동차 구조조정방안 발표 직전에 이뤄진 그의 퇴출은 업계에 구조조정 요구의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앞으로 정부가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기업 경영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을 감수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예상 밖의 ‘초강수’를 두자 미 경제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최고경영자(CEO)인 로버트 나르델리 씨(61)에 대해서는 현재 피아트사와의 제휴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까닭에 사임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방안은 경영진이나 주주, 채권단뿐만 아니라 노조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노조에 재정지원을 조건으로 ‘상당한 수준’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구노력이 미흡할 경우 파산하게끔 내버려둘 수 있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고위관리를 인용해 “두 회사 중 하나 또는 두 회사 모두에 대한 법정관리 형태의 파산으로 가는 것이 여전히 옵션으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GM은 왜거너 회장과 함께 몇 달 안에 현 이사진 가운데 상당수가 물러나게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 정부는 이미 GM에 지급한 134억 달러의 지원금을 당장 회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GM에는 구조조정 및 추가 비용절감 계획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60일의 말미를 주고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반면에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크라이슬러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회생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와의 제휴협상에 30일이라는 다소 촉박한 시한을 준 뒤 실패로 돌아갈 경우 추가지원을 철회하겠다는 뜻은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다.
이날 발표된 자동차업계 대책 가운데는 GM과 크라이슬러 자동차 구입 시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사후 보증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신차 구입을 위해 중고차를 거래하는 소비자들에게 세제상의 혜택을 주기로 했으며 의회와 협력해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강경대응’에 대해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자동차전문 웹사이트인 ‘에드먼즈닷컴’의 제러미 앤윌 대표는 ‘정치쇼’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업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국민은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왜거너 회장의 강제 퇴임을 통해 추가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정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