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순회의장국 체코정권도 붕괴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9분


의회서 불신임… 내달 G20회의 등 차질 예상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체코 연립정권이 24일 붕괴됐다. 이는 경제위기로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헝가리에서 정권이 붕괴된 데 이은 것이다.

체코 하원은 이날 표결을 통해 미레크 토폴라네크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101 대 96으로 통과시켰다. 불신임안은 야당인 사민당과 공산당의 주도로 이뤄졌다. 사민당의 이르지 파로우베크 당수는 표결 전 연설에서 “총리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현 정부 퇴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U 순회의장국 정부가 임기 중 교체된 것은 1996년 상반기 의장국이었던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 6월 말까지 EU 의장국인 체코의 연립정권이 붕괴함에 따라 EU 의장국으로서의 업무 수행과 정책 조율 기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런던과 프라하에서 잇따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4월 2일), 미국-EU 정상회의(4월 5일)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EU 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리스본 조약 비준, 체코 내 미국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등의 문제도 한동안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연정 구성 파트너이지만 체코의 바츨라프 클라우스 대통령은 EU 통합 확대, 리스본 조약 등을 맹렬히 반대하고 있는 반면 토폴라네크 총리는 실용주의 차원에서 EU와의 관계 강화를 역설해왔다. 토폴라네크 총리는 연정 붕괴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과도내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토폴라네크 총리는 정권이 붕괴된 후 다음 날인 25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구제금융은 ‘지옥에 이르는 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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