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문 위기로 민주주의 뿌리 흔들”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미국 신문산업의 몰락은 경제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민주주의의 운명을 뿌리째 흔들게 될 것이다.”

블룸버그의 앨버트 헌트 편집인이 23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칼럼을 통해 최근 경기 불안의 여파로 미국 신문업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신문의 위기’에 경종을 울리고 나섰다. 그는 “사실상 미국 신문시장의 위기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시장가치가 75%나 주저앉은 금융산업보다 더 심각하다”며 “결과적으로 이는 신문의 사회적 병폐에 대한 추적보도 기능을 약화시켜 민주주의 기능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쓰러지는 미국의 유력지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뉴헤이븐 레지스터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시애틀 포스트는 종이신문을 폐간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했으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볼티모어 선, 보스턴 글로브 등 전통의 신문기업도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섰다.

그는 “젊은이들은 인터넷 뉴스가 신문을 대체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인터넷 뉴스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일 뿐”이라며 “기획 취재를 통해 권력의 부패스캔들을 폭로하고 현실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기능은 신문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경영위기에 처한 신문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도록 독점금지법 완화 등 법적인 지원에 나섰다. 펠로시 의장은 “디지털 시대 특정 지역 내 일간지나 주간지가 몇 개 있는가가 독점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며 “TV나 인터넷 미디어, 온라인 광고회사 등도 신문의 경쟁 상대임을 고려해 독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문업계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신문사를 기부금과 정부보조금으로 운영하거나, 월스트리트저널과 FT처럼 온라인 뉴스 독자에게 요금을 물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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