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 도쿄지검 특수부의 ‘살벌한 인연’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4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일본 민주당 대표와 도쿄지검 특수부 간의 악연은 뿌리가 깊다.

오자와 대표의 정치적 스승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와 가네마루 신(金丸信) 전 자민당 부총재가 도쿄지검 특수부의 칼에 잇달아 정치생명을 잃은 데 이어 3대째인 오자와 대표마저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망에 걸려든 것.

총리 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일본 정치의 최고 실력자로 군림하던 다나카 전 총리는 1976년 미국의 군수업체 록히드사로부터 5억 엔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록히드사가 일본에서 항공기 판매권을 따내기 위해 고관들에게 뇌물을 뿌린 록히드 사건은 일본 정치사의 대형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다나카 전 총리는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도쿄지검 특수부와 정면대결을 펼쳤고, 그의 심복이었던 오자와 대표는 재판을 빠짐없이 방청하면서 그를 옹호했다. 그러나 다나카 전 총리는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후 상고심 도중 숨졌다.

이후 일본 정치를 주름잡은 가네마루 전 부총재 또한 1992년 도쿄지검 특수부가 뇌물 혐의로 기소하면서 정치생명에 종지부를 찍었다. 유통업체 사가와규빈(佐川急便)으로부터 5억 엔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탈세까지 한 혐의였다. 그 또한 재판 도중 숨졌다. 이때도 오자와 대표는 가네마루 전 부총재 구명을 위해 뛰었다.

가네마루 사건은 1955년 자민당 체제가 수립된 이후 38년 만의 정권교체를 부른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당내 반발에 밀린 오자와 대표가 1993년 자민당을 탈당해 비자민당 연합세력을 구성해 호소카와(細川) 정권을 수립한 것이다.

이번에 오자와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적발한 것도 도쿄지검 특수부였다.

사건이 터지자 오자와 대표가 검찰의 기획수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강력 반발한 것도 다나카 전 총리나 가네마루 전 부총재의 대응과 흡사하다. 그는 과연 자신의 정치적 스승들과 달리 도쿄지검 특수부와의 정면승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 정치인과 검찰 간의 악연의 고리가 모두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일본 정치는 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기간을 집권한 자민당을 실제로 움직인 것은 정당 속의 정당으로 불리는 파벌이다. 계보정치에는 돈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보스의 정치자금 스캔들이 잇따르는 것. 특히 오자와 대표는 자민당 간사장 출신인 데다 금권정치의 상징인 다나카 전 총리, 가네마루 전 부총재가 정치적 스승인 만큼 태생부터 금권정치의 체질을 안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오자와 대표가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 의원 등 자신의 ‘금고지기’ 출신 여러 명에게 공천을 줘 배지를 달게 하는 등에서도 그의 정치성향을 엿볼 수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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