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의료개혁 ‘시동’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보험료 비싸 미국인 4600만명 무보험자

기존 가입자 보험료 감면-의보 확대 추진

온 몸에 두드러기 같은 발진이 나고 군데군데 물집이 잡히는 대상포진에 걸린 A 씨(37·여·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거주)는 자신이 가입한 의료보험을 취급하는 병원에 전화해 진료예약을 하려고 했지만 황당한 대답을 들어야 했다.

예약환자가 밀려 있으니 3주 후에나 오라는 것. 다른 병원 2, 3곳에 급하게 전화를 해봤지만 답은 같았다. 고통을 참지 못한 A 씨는 결국 응급실을 찾았고 일반 내진비 30달러 대신 응급실 사용료를 포함해 150달러나 지불해야 했다.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에 사는 B 씨는 갑상샘 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3세)의 주치의를 바꾸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주거지 반경 30km 내에 활동하고 있는 내분비전문의 3명이 모두 요청을 거부한 것.

B 씨는 “주치의가 직접 진료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복용하는 약에 대한 처방 변경의 이유 등도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아 더 친절한 의사를 찾고 싶은데 이 마저도 마음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이노바 페어팩스 병원의 한 의사는 “미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은 총체적으로 붕괴(breakdown)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높아지는 환자의 비용 부담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거나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민간이 주로 담당하는 미국 의료보험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보험의 종류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전국 단위 병원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가족 전원에 대한 진찰, 입원, 출산, 간단한 치과치료 등을 포함하는 경우 매달 800∼1500달러의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같이 비싼 보험료 때문에 현재 약 4600만 명(전 인구의 15% 정도)이 무보험자로 남아 있다.

의료보험료가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의료보험업체와 의료기관의 담합을 통해 의료수가를 천문학적으로 올려놓았기 때문.

의료소송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의료협회(AMA) 통계에 따르면 의료소송에서 패할 경우 의사와 의료기관이 내는 보상금은 평균 50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장관 지명자는 개혁의 칼을 뽑아들었다.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되 ‘모든 미국인들이 감당할 수 있고 보험회사가 아닌 환자를 위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

기존 가입자에게 연간 2500달러의 보험료 감면, 파트타임 근로자들에게 의료보험과 실업수당 지급, 일시 해고 근로자나 은퇴 근로자들에게 잠정적인 의료보험 혜택 부여 등이 주요 추진 방향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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