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위치추적 비즈니스 새 장 연다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7분


뉴욕 맨해튼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때 가장 많이 찾는 식당은 ○○

《전자지도에 수많은 작은 ‘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점’들은 머물렀다 움직이기를 반복한다. 여기서 점은 한 대의 휴대전화이고, 휴대전화를 소지한 사람이다. 이 정보를 분석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휴대전화 위치추적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개인의 생활과 행동양식을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美서 1년간 400만대 추적실험… 동선정보 축적

고객 맞춤형 마케팅에 활용… 사생활 침해 논란도

○ 동선(動線)은 곧 사람이다

개인 동선의 활용가치는 무한하다. 우선 개인 사생활을 엿볼 수 있다. 누군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한 장소를 오가다 갑자기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일 때 그는 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정 시간대에 어느 지점에 사람이 많이 방문하는 것도 파악할 수 있다. 그동안 꽁꽁 숨겨졌던 동네 맛집이나 물건이 싼 슈퍼마켓을 순식간에 알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 정보는 더욱 풍성해진다. 위치추적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회사 직원들의 주거지역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대체로 심야 시간대 휴대전화 위치는 ‘집’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이 정보를 회사 직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의 평균 소득정보와 결합하는 식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마케팅뿐 아니라 범죄 및 질병의 확산경로, 심지어 근로자들의 움직임까지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

이 잡지는 홍보와 마케팅업체뿐 아니라 금융, 미디어 등 전 산업에서 이런 정보가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벌써 이 기술은 실용화 단계다. 미국의 한 회사는 1년 동안 400만 대의 휴대전화를 추적, 분석해오고 있다. 노키아는 이 회사와 협력해 특정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미래의 지도는 주소와 거리, 지형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거기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로 그려낼 수 있다고 이 잡지는 보고 있다.

○ 위치추적 기술 획기적 발전

추적기술 발달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위치추적이 가능해졌다. 휴대전화로는 수백 m 반경의 중계기 위치밖에 파악이 되지 않는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역시 건물 내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근거리무선통신기술인 와이파이(Wi-Fi)는 이동통신과 GPS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있다. 이 기술로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10m까지 추적이 가능하다. 와이파이 기술은 한국에서도 무선 인터넷에서 많이 사용된다.

더욱이 요즘 웬만한 쇼핑몰 내부는 통신반경이 10m인 와이파이들로 촘촘히 짜여 있다. 따라서 와이파이를 내장한 휴대전화는 쇼핑몰에서 주인 모르게 끊임없이 누군가와 실질적인 ‘교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미국의 한 회사는 1억 개 이상의 와이파이 위치를 시스템화해 와이파이 내장 휴대전화를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와이파이 내장 휴대전화는 대세다. 2008년 와이파이 내장형 휴대전화는 5600만 대가 팔렸고 올해는 2억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 휴대전화업체인 노키아는 와이파이 내장형 휴대전화의 80%를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노출되면서 사생활 보호 문제가 첨예한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동선이 분석돼 맞춤 광고가 휴대전화로 오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직장 상사가 휴대전화로 부하직원을 실시간 감시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이런 우려 때문에 최첨단 위치추적 기술은 ‘아직까지는’ 공격적인 마케팅 도구보다는 주로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서비스의 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이 잡지는 밝혔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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