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지금 ‘너구리 생포 작전중’?

  • 입력 2009년 2월 6일 17시 45분


너구리 몇 마리가 미국 백악관을 몇 주 째 흔들고 있다.

6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백악관 경내에서 너구리 떼를 생포하려는 특수작전이 수주 째 펼쳐지고 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비밀경호국의 승인 아래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너구리 떼를 잡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전팀은 사과나 땅콩버터 등을 미끼로 백악관 여러 곳에 덫을 놓았지만 '작전'이 시작된지 몇 주가 지나도록 한 마리도 생포하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은 너구리들을 생포해 다른 곳에서 풀어줄 계획이다.

15년 동안 너구리를 잡아온 한 사냥꾼은 "덫을 잘못 놨거나, 미끼를 잘못 사용해 못 잡는 것"이라면서 "원한다면 공짜로 잡아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야생동물 전문가들 사이에는 18에이커(7만2800㎡)에 이르는 백악관 경내에 전부터 너구리 떼가 있었는지를 두고 설들이 분분하다.

텍사스 목장에서 전원생활을 즐겼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너구리 떼를 봤어도 신경을 안 썼을 것이기 때문에 전부터 너구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또 어떤 전문가는 "지난 가을 야생동물의 주요 먹이인 도토리가 이상하리만큼 적었다"면서 "먹이가 부족해지자 너구리떼가 안전하고 먹을 게 풍부한 백악관으로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너구리들은 도시 지하에 그물망처럼 연결된 빗물 배수관을 '도로'로 삼아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닌다.

요즘 워싱턴 정가에선 백악관 너구리 떼가 단골농담 소재로 등장할 정도가 됐다.

일부에서는 폭설 때문에 워싱턴학교가 휴교한 것을 두고 "시카고에선 학교가 문을 닫는 법이 없는데, 뭘 그 정도를 가지고 휴교까지 하냐"고 말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너구리 떼 출현이라는 사소한 문제로 법석을 떠는 것 아니냐며 비꼬기도 한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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