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 죽어도 책임 못 짐”,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경주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2월 3일 15시 07분


‘죽어도 좋다’고 각서를 쓴 뒤에야 참가할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험난한 경주.

터프가이 레이스가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사우스 스텐포셔에서 열렸다. 이 경주는 육체와 정신 양쪽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다. 참가자들은 크로스컨트리에 이어 온갖 장애물 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사서 고생’하는 터프가이 레이스는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어 올해에는 5000명 이상의 남녀가 각지에서 몰려왔다.

“경주 중 일어나는 일은 순전히 나의 책임이다.”
참가자들은 출발에 앞서 경기 중 사망하더라도 주최 측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미들랜드 올드 퍼튼 마을에서 출발하는 12.9km 크로스컨트리로 경주가 시작됐다. 이어 3.21km의 25개의 장애물이 설치된 끔찍한 코스를 지나야 한다. 이 장애물 코스는 근위병이었던 빌리 윌슨이 1986년 설계했다.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진창을 지나고, 차가운 얼음물 속에 뛰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약과.

참가자들은 진흙투성이의 굴을 기어서 통과하고, ‘불타는 구멍’이라 불리는 불구덩이 위에 걸쳐진 미끄러운 진흙 널빤지 위를 걸어가는 등 30개의 장애물을 통과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킬링필드’로 불리는 이 코스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올해는 코스가 더 위험해졌다. 또 참가자가 너무 많아 추운 날씨 속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야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구급대원들은 저체온증과 극심한 피로 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치료하느라 분주했다.

마침내 벤 프라이스가 1시간 18분 만에 코스를 완주, 23번째 터프가이 대회의 우승자가 됐다. 상위 12명의 주자들에게 영광이 돌아갔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에게는 코스를 완주한 성과만으로도 충분했다.

우승자나 2위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없다. 오직 다음날 일터에서 터프가이 대회 수상을 자랑할 수 있을 뿐이다. 행사 수익금 전액은 현지에 있는 농촌 봉사 단체(horse and donkey charity)에 기부된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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