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부드러워졌다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1분


오바마, 재킷 벗고… 직원들 방 직접 찾고…

격식 따졌던 부시와 업무방식 크게 달라져

요즘 미국 백악관 참모들은 주말에 캐주얼 차림으로 일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양복 상의를 입지 않은 채 일하는 모습도 자주 언론의 카메라에 잡힌다.

“하와이 출신 대통령이 추위에 약해 난방 온도를 높이다 보니 사무실이 온실처럼 더워진 결과”라는 설명이 나오지만 실상은 오바마 대통령의 편안한 업무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다.

뉴욕타임스는 29일 오바마 대통령이 모든 면에서 엄격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는 달리 백악관의 일하는 방식과 분위기를 파격적으로 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원들을 자신의 집무실로 호출하는 대신 직접 직원 사무실을 찾아가는 ‘방랑자’ 체질이다. 이 때문에 그는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비스듬히 앉아 있던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의 ‘불량한’ 자세를 목격하기도 했다. “어, 기브스, 다리를 올린 채 앉아 있군”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 기브스 대변인은 허둥지둥 자세를 바로잡아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전 6시 45분경 헬스를 하고 두 딸의 등교 준비를 도운 뒤 9시경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나온다. 회의 시간도 여유 있게 운영하는 편이고, 오후 10시가 넘도록 서류를 읽기도 한다. 지난주 경기부양책을 논의하는 회의도 예정보다 훨씬 길어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침 일찍 나와 저녁에도 일찍 일을 마치는 편이었다. 회의를 정시 정각에 시작해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회의 시간에 몇 분 지각했을 때는 그의 코앞에서 회의실 문을 잠가버린 적도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백악관 안에서는 무조건 정장을 입도록 했다. 댄 바틀릿 백악관 고문이 토요일에 카키색 셔츠를 입고 출근했을 때는 15분간 세워놓은 채 잔소리를 하고 아예 문지방조차 넘어오지 못하게 했을 정도다.

이런 원칙에 익숙해져 있는 백악관의 베테랑 직원들은 최근 로런스 서머스 경제자문위원장이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의 헐렁한 바지와 스웨터 차림으로 나타난 것에 충격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업무 브리핑 순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매일 국가 안보에 대한 정보당국의 일급기밀 정보 브리핑을 가장 먼저 받았던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요즘은 경제문제가 앞서는 경우가 많다.

부통령과 함께하는 주말 점심식사의 전통은 예전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메뉴나 형식은 바뀌어 이제는 사무실 옆의 작은 식당에서 치즈버거나 간단한 생선, 닭고기 요리가 식탁에 오른다. 백악관 냉장고는 그가 좋아하는 ‘블랙 포리스트 베리’나 ‘그린 드래건’ 향의 유기농 차로 채워졌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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