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빠서… 대신 대통령과 통화하시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오바마 무한신뢰 이매뉴얼 실장

불경스러운 행동에 일부서 눈총


“제가 지금 좀 바빠서…. 저 대신 대통령과 통화하시죠.”

지난해 말 아직 내정자 신분이던 람 이매뉴얼(사진)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은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전화를 받았다. 승용차 뒷좌석에서 앉아 있던 그는 바빠서 통화할 수 없다며 옆자리로 전화기를 넘겼다.

버락 오바마 시대 이매뉴얼 파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일화는 23일 백악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지도자들의 회의에서 호이어 원내대표에 의해 공개됐다.

25일 뉴욕타임스는 이매뉴얼 실장이 대통령의 무한 신뢰 속에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지만 지나치게 격의 없는 행동으로 눈총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달 초 오바마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과 만났을 때 이매뉴얼 실장이 갑자기 뚝뚝 소리를 내며 손가락 관절을 꺾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귀에 거슬린다”며 주의를 주자 오히려 씩 웃은 뒤 대통령의 귀에 바짝 대고 손가락 관절을 꺾었다.

20일 대통령 취임식장에서는 과거 자신의 동료 하원의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코에 대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비서실장(Chief of Staff)’ 역할에서 ‘비서(Staff)’보다 ‘실장(Chief)’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백악관 2인자’이자 ‘오른팔’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백악관 주요 회의에서 모두(冒頭) 발언과 정리발언은 그의 몫이다. 백악관 보좌진과 내각 인선에서도 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레이 라후드 교통장관은 이매뉴얼 실장의 파워를 절감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불러 “람이 당신을 무척 좋아하더군요. (당신을 지명하라고) 압박했어요”라고 말했다는 것.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식 업무를 시작했을 때 백악관이 언론에 처음 배포한 사진도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 중인 이매뉴얼 실장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2인자’ 자리가 늘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대통령을 대신해 욕을 많이 먹는 자리인 데다 그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경쟁자들도 많아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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