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바마 취임사의 ‘통합,책임,改造’한국도 꼭 가야할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은 세계가 제44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호(號)의 출범을 주시하고 있다. 어제 취임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18분간에 걸쳐 읽은 취임사는 새 미국 정부의 행로를 보여주는 나침반으로 대한민국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국내외에서 직면한 총체적 위기 극복을 위해 ‘통합’ ‘책임’ ‘개조(改造·remaking)’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오늘 정치사에서 오랫동안 계속됐던 반목과 낡아빠진 도그마의 종식을 선언하기 위해 모였다”면서 갈등과 반목보다는 단결을 선택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식 직후 의사당에서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모든 현안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미국의 목표와 현 상황에 대한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화합하자”고 당부했다.

美대통령 첫 행사 여야 화합 호소

우리의 대통령과 의원들로 역할을 바꾸어 놓더라도 들어맞는 말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국력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위기 상황은 똑같다. 그럼에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여야는 사사건건 충돌하며 경제위기의 긴박성에 대한 공동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 취임 첫 업무로 의원들에게 화합을 부탁한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이명박 대통령도 배울 게 많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과 세계에 대해 갖고 있는 의무를 실천하려는 새로운 시대의 책임감”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공공자금을 다루는 정부는 책임성을 지니고 현명하게 자금을 지출하고 나쁜 습관을 고치고 투명하게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우리 정부도 감세(減稅)와 4대 강 정비사업을 비롯한 뉴딜에 51조 원의 예산을 쏟아 붓는다. 막대한 공공자금의 적절성 투명성 책임성이 확보돼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고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다. 오바마가 말한 책임성은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그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 전략으로 사회간접자본 건설, 전력망 디지털망 확충, 공공사업과 교육환경 개선, 대체에너지 및 신기술 개발을 제시했다. 특히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투자는 대체에너지와 미래의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신기술에 중점을 둘 것임을 천명했다. 우리 정부가 눈여겨봐야 할 오바마의 뉴딜 플랜이다.

“북한이 주먹을 펴야 손을 내밀겠다”

오바마는 “오늘부터 우리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먼지를 훌훌 털고 미국을 개조하는 과업을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다함께 어려운 시절을 맞았지만 한파를 뚫고 폭풍을 견디며 한 번 더 용기를 내자”고 말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전 세계적인 것이다. 결국 어느 나라가 불굴의 기업가 정신과 용기로 어려움을 빨리 극복하느냐에 따라 경제력 순위가 뒤바뀔 것임을 우리가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

오바마가 한반도에 던진 메시지도 심각하다. 그는 “핵 위협을 축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핵 위협을 제기하고 있는 국가는 북한과 이란뿐이다. 그는 “부패와 사기로, 그리고 반대자에게 재갈을 물려 권력을 유지하는 자들은 역사의 잘못된 쪽에 서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당신이 주먹을 펼 의향이 있다면 우리도 손을 내밀어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조건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만 대화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오바마는 “미국이 처한 새로운 도전을 이기기 위해서는 정직과 근면, 용기, 페어플레이, 관용, 호기심, 충성과 애국심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덕목들은 바로 인류 역사를 발전시켜 온 힘이요, 2009년 대한민국에도 필요한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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