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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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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개혁개방 30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 위상 더 높아지더니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의 위상이 급부상함에 따라 중국 외교의 대응 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 가능한 한 몸을 낮추고 다른 나라와의 갈등이나 마찰을 피하려 했던 중국은 이제 자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나라와는 일전불사의 강경 자세로 나오고 있다.
▽정상회의까지 취소한 자신감=중국 정부는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의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73)를 만나겠다고 밝히자 코앞에 닥친 중국-EU 확대정상회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는 6일 폴란드에서 만났다.
중국은 또 프랑스가 주축인 에어버스 측과 100억 유로(약 18조7250억 원)에 이르는 항공기 구매협상 회동도 취소했다. 중국 정부의 묵인 아래 중국에서 팔리는 50여 개의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엔 7일까지 120만 명이 서명했다.
중국은 또 미국과의 제5차 경제전략 대화에서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 오던 위안화 절상 문제는 아예 협상 안건으로 꺼내지도 못하게 했다.
중국의 이런 대응 방식은 과거와 비교할 때 차이가 크다. 중국은 1992년 프랑스가 대만에 미라주 전투기를 판매했을 때 고작 광저우(廣州)의 영사관을 폐쇄하는 데 그쳤다. 중국은 또 1999년 5월 미 공군기가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을 폭격했을 때도 ‘실수로 인한 오폭’이라는 미국 측의 해명을 수용하고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엔 유럽의 한 나라도 아니고 27개 국가를 대표하는 EU와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달라진 국제위상과 연계=중국의 이런 외교 대응방식의 변화는 무엇보다도 중국의 달라진 국제위상과 연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30년 전 개혁개방을 단행할 당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164억6000만 달러로 세계 10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GDP는 3조2800억 달러로 세계 4위를 기록한 데 이어 2010년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해외수출에 의존해 초고속 성장을 이룩해 온 중국은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앞으로는 내수를 동력으로 삼아 고속성장을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국력의 신장과 경제발전 양식의 변화가 그동안 수동적이고 가능한 한 마찰을 피하려던 중국의 외교 방식을 능동적이고 관계 악화를 불사하는 외교 방식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중국 런민(人民)대 미국연구중심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홍콩 다궁(大公)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앞으로 외교문제에서 ‘노(no)’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