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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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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말 너무 믿지 말고 국력이나 키워라.”
요즘 유럽 외교관들이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를 향해 하는 충고다.
두 나라는 2003∼2004년 민주화 혁명 이후부터 줄기차게 미국과 유럽에서 ‘동맹국 대접’을 받길 원했다. 미국도 지금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두 나라를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하지만 저물어 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번엔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12월 2일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행동계획(MAP)이 의제로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가 전했다.
나토 회의에서 MAP는 회원 신청 국가를 받아들이기 위한 전(前) 단계 조치로, 우크라이나는 올해 1월 이 신청서를 냈다. 그루지야의 MAP 승인도 보류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나토 가입 좌절에는 러시아의 반대가 변수로 작용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태도 변화가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서방 외교관의 시각이다.
일부 유럽국은 올 8월 그루지야 전쟁 이후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요충지에서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는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이 지역 안보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두 나라의 나토 조기 가입을 서둘렀던 미국은 이번엔 유럽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 우크라이나 외교관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정치논리의 희생양이 됐다”며 “소국이 힘을 키우지 않고 무조건 미국을 믿었다가 낭패를 본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