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틈탄 ‘검은돈 거래’ 기승

  • 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러시아 마피아-기업, 유럽서 ‘돈세탁-정치자금’ 잇단 적발

스페인 경찰은 지난달 19일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안 마요르카 섬의 한 고급 빌라를 급습했다. 이 빌라의 소유주인 러시아 두마의원 블라디슬라프 레즈니크 씨가 스페인에서 돈세탁을 한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서였다.

레즈니크 씨는 최근 스페인에 침투한 러시아 마피아 조직 탐보스카야파 두목에게서 문제의 빌라를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두목은 스페인에 회사를 세운 뒤 인신매매와 고급 빌라 매입을 통해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레즈니크 씨는 “빌라를 합법적으로 매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 경찰은 레즈니크 씨가 금융위기를 틈타 러시아에서 검은돈을 빼돌려 마피아 조직에 돈세탁을 의뢰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본의 이동과 범죄 집단의 개입이 세계 곳곳에서 각종 스캔들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지난달 21일 피터 맨덜슨 영국 규제개혁부 장관이 러시아 최고 갑부 올레크 데리파스카 씨로부터 정치자금 5만 파운드를 받으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맨덜슨 장관은 데리파스카 씨의 알루미늄 기업 루스알의 유럽 진출을 도와주는 대가로 정치자금 수령을 타진했다는 것. 루스알은 최근 러시아 정부에 4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뿐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이슬란드에서는 알파방크 같은 러시아 대기업들이 유령회사를 이용해 자금 세탁을 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이들 러시아 기업은 카리브 해의 영국령 버진군도, 지중해의 키프로스 등 조세회피 지역에 회사를 등록한 뒤 아이슬란드 금융기관에 주식 투자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2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세탁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지난달 2일 크로아티아에서 500만 달러 상당의 보석을 훔친 뒤 오스트리아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을 굴리던 크로아티아 전직 국방차관 블라디미르 자고레치 씨를 붙잡았다.

자고레치 씨는 1990년대 내전 당시 크로아티아 정부군의 무기 거래에서 담보로 사용됐던 다이아몬드 루비 등을 국방부 지하실에서 훔쳐 2000년 오스트리아로 달아났다. 경찰은 최근 자고레치 씨가 돈을 불리기 위해 부동산 매각 자금을 유럽 각국으로 빼돌린 사실을 적발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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