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 좀 바꿔줘~”…中 97세 학자, 원총리에 편지 화제

  • 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중국 베이징(北京)대 부총장까지 지낸 97세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서예가가 자신의 여비서를 마음대로 바꾸지 못한 것이 화제다.

베이징대의 관료주의와 공산당 고위층의 ‘살아 있는 힘’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5일 런민(人民)일보 등에 따르면 지셴린(季羨林) 전 베이징대 교수는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게 자신의 여비서 양루이(楊銳) 씨를 바꿔 달라는 서신을 보냈다.

지 전 교수는 양 씨가 먹다 남은 닭고기를 점심이라고 가져다주는 등 비서 역할에 문제가 있는 데다 자택에 있는 자신의 소장품들이 도난당해 경매에서 팔린 것 등을 꼽으며 학교에 비서 교체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 씨는 오랫동안 비서를 하면서 지 전 교수 집 열쇠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들은 원 총리는 직접 편지를 써 학교에 보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지도부가 다 모여 회의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다.

양 씨는 이 대학 부서기이자 부총장인 당위 씨의 부인이다.

지 전 교수의 사정을 안 신화통신 간부, 산둥(山東)대 교수 등 친구들이 나서 ‘소장품 절도 경매’ 등을 공론화하자 대학 측은 그제야 양 씨를 바꿨다.

하지만 새로 온 비서도 부총장이 임의로 데려와 지 전 교수 측이 반발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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