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통제의 위기 총리가 책임져라”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1월 3일 02시 55분



■ 日 항공막료장 ‘침략 정당화’ 논문 파문 증폭
아소 “논문 부적절” 경질 불구
야당 - 언론, 비판 목소리 커져
자위대 간부 여러명 논문 응모

일본 항공자위대의 최고 지휘관인 항공막료장이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문을 발표했다가 전격 해임된 사건에 대해 ‘문민통제의 위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마다 야스카즈(濱田靖一) 방위상은 지난달 31일 밤 “정부 견해와 분명하게 다른 의견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막료장이라는 요직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임 이유를 설명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도 이날 저녁 논문을 읽고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즉각적인 해임 조치에 들어갔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앞서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은 “일본이 침략국가였다는 것은 억울한 누명” 등의 주장을 담은 논문을 민간 현상논문에 응모해 발표한 사실이 알려져 지난달 31일 전격 해임됐다.

일본 정부는 1995년 이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인정하고 사과와 반성을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를 답습해 왔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이례적으로 발 빠른 조치를 취한 이유는 이 문제가 대아시아 외교에 미칠 타격이나 중의원 의원선거를 앞둔 정국 운영에 끼칠 파문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속한 경질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 민주당 참의원 의원회장은 1일 아소 총리와 하마다 방위상에 대해 문책결의안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2일 사설에서 “그가 평소에도 유사한 주장을 거듭해 온 ‘문제인물’이었음에도 막료장 자리까지 올라간 사실 자체가 문제”라며 “이번 사태를 통해 자위대에 대한 문민통제의 위기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이런 인물이 수장인 조직에서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다수를 점하고 정론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문민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현상 공모의 주최 측은 수상작 선정 전에 다모가미 전 막료장에게 “논문을 수상작으로 선정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으나 “괜찮다”는 답을 들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일 보도했다.

문제의 논문은 ‘일본은 침략국가였는가’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호텔 그룹인 ‘아파그룹’이 현상 공모한 ‘제1회 올바른 근현대사론’에서 최우수상(상금 300만 엔)을 받았다.

모두 230여 명의 응모자 중에는 현역 자위대 간부 여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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