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해고 칼바람’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실업률 실제론 11% 육박… 15년만에 최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본격 전이되면서 미국 전역에 정리해고 칼바람이 불고 있다. 고용사정이 1990년대 초와 2000년대 초 등 최근 두 차례의 경기침체 때보다 훨씬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펩시코, 월풀, 골드만삭스, 제록스, 크라이슬러 등 미국 기업들은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에 맞서 잇달아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고용시장 악화는 가계소득을 떨어뜨려 소비 감소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모기지 원리금 연체 증가를 가져와 부동산 가격을 더욱 떨어뜨리는 등 경제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27주 이상 실업상태인 장기실업자가 9월 200만 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21%에 이른다”며 “이는 사상 최고치인 1992년과 2003년의 23%에 육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공식 실업률은 6.1%이지만 실업자에 구직단념자, 그리고 정규직에서 임시직으로 전락한 근로자를 합친 사람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1%에 이르고 있다. 이는 최근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고용의 질’이 악화했다는 것을 뜻한다.

통상 고용시장은 경기침체 기간이 끝난 뒤 일정 기간 뒤에 최악의 상황에 이른다. 기업들이 계속 일자리를 줄이다가 경기침체기를 벗어났다는 점을 확인하고 나서야 채용을 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고용사정이 이처럼 악화한다는 것은 앞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가에서 시작된 정리해고는 자동차 전자 건설 항공 소매업 등 산업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펩시코와 월풀은 이달 들어 각각 3300명, 440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골드만삭스(3260명), 제록스(3000명), 크라이슬러(6825명) 등 정리해고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현재 미국 제강소의 29개 용광로 중 17개가 가동을 중단했다. 이는 산업생산이 얼마나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인사이트의 나이절 골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1%인 실업률이 내년 말에는 8.0∼8.5%로 올라 1980년대 초의 심각한 경기침체 이후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공황 이후 기준으로 미국은 1982년 11월과 12월에 10.8%로 가장 높은 실업률을 나타냈으며, 다음으로는 1990∼91년 경기침체 때 7.8%의 실업률이었다. 가장 최근에는 2003년 6월 6.3%가 가장 높았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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