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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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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송유관 이용 러 간섭 없이 수송 추진
투르크 등 인접국도 새로운 루트 찾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에너지 대국 카자흐스탄이 석유 수출에서 러시아와의 공조를 깨고 유럽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17일 바쿠(아제르바이잔 수도)∼트빌리시(그루지야 수도)∼세이한(지중해 연안 터키 도시)을 잇는 송유관에 자국의 석유를 실어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가제타가 보도했다.
세 도시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서 ‘BTC’로 불리는 이 송유관은 러시아 영토를 거치지 않아 미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각축전을 상징한다.
미국은 1990년대 초반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이 송유관 건설에 공을 들여 2006년 7월 송유관이 개통될 때까지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러시아는 주변국에 이 송유관을 통해 석유를 공급하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해 왔다. 총 길이 1776km인 이 송유관은 이 같은 러시아의 압력으로 적자를 만회하지 못했다.
카자흐스탄은 올해 중반까지 BTC 송유관 북쪽에 있는 카스피송유관컨소시엄(CPC)에 석유를 보내며 러시아 편을 들었다. CPC는 러시아 영토를 지나가기 때문에 러시아는 유럽으로 수출되는 석유에 대해 공급 물량을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은 국제유가 급락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러시아 편만 들 수 없는 지경으로 몰렸다.
러시아 에너지 전문가 유리 나즈바예프 씨는 “최근 넉 달 사이 국제유가가 반토막 나자 카자흐스탄 정부가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팔아 재정적자를 막자는 계산을 했다”고 분석했다.
카자흐스탄은 BTC 송유관에 석유를 보내기 위해 자국 연안과 바쿠를 왕복하는 유조선을 운항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BTC 송유관을 통해 총 2000만 t의 석유를 수출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BTC를 통한 석유 수출량은 CPC로 보내는 석유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아시아 에너지 대국의 이런 결정은 독립국가연합(CIS)의 에너지 공조 체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BTC의 출발지점인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 인접국인 투르크메니스탄도 러시아의 입김에서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할 루트를 찾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