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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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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자라고 하니까 ‘아 코레앙’이라며 한국을 잘 안다는 듯 반갑게 맞았다. 그리고 기자에게 ‘남한 기자냐, 북한 기자냐’고 물었다. 약간 뜬금이 없다 싶었지만 남한기자라고 답했다. 사실 많은 프랑스인은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남한 출신인지 북한 출신인지 묻곤 한다.
르클레지오 씨가 다른 사람의 전화를 받고 있는 목소리가 전화기 저쪽에서 들렸다. 전화를 받은 여성이 한국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말하자 르클레지오 씨가 그쪽 전화를 끊고 응답했다. 동아일보 기자라고 소개하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 문학상이 발표될 때마다 늘 당신의 이름이 거론됐다. 상을 받은 소감은….
“매우 기쁘고 감동적이다. 나에게는 큰 영광이다. 내가 상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작가는 반응을 얻기 위해 글을 쓴다. 이것은 하나의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인이 오랜만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나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나의 아버지는 영국인이다. 결국 나는 혼혈이다. 그런 점에서 유럽의 많은 사람과 비슷하다.”
―한국 작가 황석영 씨와의 돈독한 사이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황석영 씨를 비롯해 몇몇 한국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 이화여대에서 강연하기 위해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한국인들이 식민지 생활과 전쟁을 겪으면서 문학으로 형상화한 작품에 관심이 많다. 프랑스에 있었다면 몰랐을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방황하는 별’이란 작품을 읽으면서 감동받은 적이 있다.
“그 작품은 1948년 팔레스타인 땅을 배경으로 팔레스타인에 정착하러 온 유대인과 그 땅에서 떠나는 팔레스타인이 마주치는 슬픈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나의 관심이 아니다. 다만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실 그 자체를 묘사하고 싶었다.
―문학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나는 늘 이 지구상의 작은 미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걷고, 먹고, 말하고, 자고, 사랑하고, 꿈을 꾸는 것에 대해 쓸 뿐이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